11일 긴급 기자회견 개최… 16일 오후 사평위 논의 거쳐 3~5명 추천 예정

대법관·헌법재판관 임명절차 중단 가능성도… "전체 사법시스템 마비 위기"

국회 국정감사 '네탓 공방'… "대통령의 임명권, 국회의 동의권 모두 존중을"

각 지방변회 추천받아 평판 등 확인… "법조계 추천, 소구력 강력발휘 예상"

이균용(사법시험 26회) 대법원장 후보자가 끝내 낙마하며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발생하자, 변협이 대법원장 후보자 공개 추천에 나섰다. 당초 변협은 대법원장 추천 절차가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의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을 불식하기 위해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사태가 급박해지자 사법부 안정화를 위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임명동의안 부결은 1988년 정기승(고등고시 8회)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 대법원장 공백 사태는 1993년 최재호 대법관 권한대행 이후 30년 만이다.

법원 내에서도 대법원장 공석으로 사법행정과 인사 업무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파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당장 내년 1월 1일 퇴임을 앞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자를 임명하지 못하면 대법관 2명도 공석이 될 수밖에 없다. 대법관 인선은 통상 추천위원회 구성 등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3개월 가량 소요된다. 지난달 25일 열린 대법관 회의에서는 차기 대법관 임명 제청이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한 뒤, 현재는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대법관 부족은 재판 지연으로 이어져 사법서비스 수요자인 국민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전원합의체 재판장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전원합의체 재판장은 대법원장이 맡으며, 대법관 13명 중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 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안 권한대행은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 공석이 장기화되면 사법부 운영 전반에 적지 않은 장애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 상황이 조속하게 해소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갖고 협조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 공석에 따른 재판과 사법행정 업무에 지장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결국 재야 법조계가 사법부 안정화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법조삼륜이 솥발처럼 법조계를 지탱하는 상황에서 당연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협의 후보자 추천이 높은 소구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원로 변호사는 "대통령 임명 후보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국 3만 명의 법률가를 대변하는 법정단체 목소리를 정부와 국회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11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 협회장은 "현재 같은 사태는 단순히 대법원장 인선이 늦어지는 정도로 봐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되면 재판 지연 현상이 심화돼 국민 피해가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향후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절차까지 중단돼 대법원 구성은 물론 헌법재판소 구성, 나아가 전체 사법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는 중차대한 위기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24년간 관행을 깨고 대법원장 후보를 공개 추천하지 않기로 했던 이유는 대법원장 추천절차가 제도화 되지 않아 변협이 후보를 추천하면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반발도 있었고,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와 같은 기대와 달리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이 충돌하고 급기야 대법원장 후보가 낙마하는 상황을 목도했다"며 "법조삼륜의 한 축으로서 대한민국 변호사 3만 명을 대변하는 유일한 법정단체로서 변협이 목소리를 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임명동의안을 논의하는 본회의 직전에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10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부적격자를 지명한 대통령이 원인"이라는 야당 측 주장과 "(민주당의 이균용 후보자에 대한)부결 당론 채택은 우리 입맛에 맞는 대법원장을 임명하지 않으면 또 (임명동의안을)부결시키겠다는 것"이라는 여당 측의 비판이 팽팽히 맞섰다.

김 협회장은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이 모두 존중돼야 하므로 어느 한쪽 탓을 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이 사태가 빨리 종결되고 새로운 사법부 수장이 결정돼 사법부가 안정되고 더 발전하기를 마라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변협이 후보자를 추천함으로써 사법부 안정화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김 협회장은 "지난 6일 각 지방변호사회에 대법원장 후보 적임자 추천 요청 공문을 보냈고, 16일 오전까지 추천자 명단을 받기로 했다"며 "13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에서 각 지방변회 의견도 들을 예정이고 사법평가위원회(사평위)도 이미 소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행적으로 3~5명 정도 추천을 해왔으니 이번에도 그 정도 범위에서 대법원장 후보자를 추천할 것"이라며 "이균용 후보자 지명 전에 거론됐던 후보뿐 아니라 주변에서 존경 받고 있는 변호사, 판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법부 독립을 주도할 확고한 의지가 있는 청렴·공정하고 정의관념이 투철하면서 풍부한 법률지식과 행정능력을 가진 모범적 후보자를 추천받고 있다"며 "판사는 그동안 해온 판결이나 결정, 변호사는 처리해 온 사건 등을 유심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협이) 공권력이 있는 단체는 아니어서 개인정보까지 다 알 수 있진 않지만 사평위 위원 중 법원·검찰 경력이 있으신 분도 많고, 대부분 오랫동안 법조계 활동을 하셔서 (후보자들의)평판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며 "보수와 진보를 통합해서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분이 선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협 추천 후보자 명단이 수용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번 (대법원장 후보)추천은 대한민국 국익을 위한 것이니 최대한 존중해주길 대통령께 말씀 드릴 것"이라면서도 "(변협이 추천한 후보자 명단)그 중 대법원장이 선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반대할 의사는 없다"고 했다.

변협은 16일 오후 사평위 논의를 거쳐 대법원장 후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사평위는 1999년 3월 관련 규정이 제정됐으며, 그동안 대법원장·대법관 등 적임자를 추천해 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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