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변호사 /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김주영 변호사 /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앤장의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변호사 숫자가 1020명을 기록하여 국내 로펌업계 최초로 1000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900명대에 진입한 지 1년 3개월 만에 100명 이상 늘어난 것인데 외국변호사나 변리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전문가 숫자는 2천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앤장을 추격 중인 다른 로펌들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광장이 565명으로 김앤장 다음으로 많고 이어서 세종, 태평양, 율촌, 화우가 뒤를 잇고 있는데 이들 국내 6대 로펌의 변호사는 총 3354명으로 2018년 말(2527명) 이후 32.7% 증가했다고 한다.

기존 로펌들의 합병도 이어지고 있다. 클라스와 한결은 최근 합병 작업을 마치고 법무법인 클라스한결로 정식 업무를 시작했는데 클라스한결은 이번 합병으로 약 140명의 변호사를 둔 국내 10위권 로펌으로 도약했다. 린과 LKB파트너스도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고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올해 말 합병이 마무리되면 200여 명 규모의 대형로펌으로 재출범하게 된다.

로펌의 대형화 바람과 더불어 주목할만한 움직임은 네트워크 로펌의 출현과 성장이다. 네트워크 로펌은 하나의 로펌을 표방하며 전국 주요 거점 지역에 분사무소를 내고 유기적인 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로펌을 말한다.

특히 온·오프라인 광고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형사·이혼사건 등 회전율이 높은 사건을 중심으로 고객을 적극 유치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네크워크 로펌인 와이케이와 로엘의 소속 변호사 수는 지난 해에 이미 100명을 넘어섰고 전국에 각각 26개와 16개의 사무소를 두고 있다.

로펌이 규모를 키우는 것은 변호사 수 자체의 증가에 기인한 면도 있지만 법률시장의 주된 수요자가 개인에서 기업으로 대체되면서 기업에 종합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요에도 기인한다.

로펌의 대형화는 전문화, 국제화를 촉진하여 고객의 이익을 증진하고 법률시장의 발전, 더 나아가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로펌의 대형화 추세는 법조윤리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야기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슈는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의 문제이다. 변호사가 이해가 상충하는 두 의뢰인을 대리할 경우 의뢰인에 대한 충실의무를 다할 수 없기 때문에 여타 선진국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 변호사법도 변호사의 쌍방대리를 금지하고 있다.

동일한 사건에서 쌍방을 대리하는 경우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다른 사건도 위임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맡지 못한다. 변호사법은 이러한 수임제한을 법무법인이나 법무조합에 준용하고 있고 법무법인이나 법무조합이 아니어도 2인 이상의 변호사가 사건의 수임·처리시 통일된 형태를 갖추고 수익을 분배하거나 비용을 분담하는 형태로 운영되면 하나의 변호사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로펌에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이 개별 담당 변호사뿐 아니라 로펌 전체의 역량을 신뢰하고 사건을 의뢰하기 때문에 이해충돌을 판단함에 있어 로펌 전체를 하나의 변호사로 취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로펌이 대형화하면 할수록 이해상충이 야기될 위험성이 커진다. 사건을 수임할 때마다 로펌 전체 차원에서 이해상충이 존재하는지 늘 점검해야 하고 때로는 이해상충을 이유로 수임을 거절하거나 맡았던 사건을 사임해야 할 수도 있다.

로펌이 합병을 하거나 다른 로펌의 팀을 인수함에 따라 사후적으로 이해상충이 생기는 경우는 문제가 더 복잡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동일한 분쟁에서 쌍방 당사자를 대리한 두 로펌이 합병하는 경우 합병한 로펌은 어느 한 의뢰인을 선택할 수 없고 양 당사자 모두로부터 사임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 판례상 확립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동일한 사건에서 쌍방을 대리하던 두 로펌이 합병한다면 당사자 중 어느 하나라도 이의를 제기할 경우 양 당사자 모두로부터 사임하는 것 외에는 신임관계를 지속하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 대형로펌들의 이해충돌 논란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모 은행 직원의 700억 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피고인의 대리인이 같은 법률사무소로 밝혀지면서 도마에 오른 적이 있으며, ‘남양유업’ 매각 소송에서도 쌍방대리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해상충문제 외에도 대형 로펌이 비대해시면서 '전관'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행사하여 사법 정의마저 흔든다거나 과도한 광고비용 지출로 법률서비스시장의 공정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로펌의 대형화가 변호사들의 유익을 넘어서서 법률시장의 발전, 법률소비자들의 후생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정밀한 규율이 필요하다.

/김주영 변호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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