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과정서 문자판 영구훼손… "수리도중 기화" 거짓 답변

위로금 제안 승낙하자 입장 번복… 롤렉스, 결국 공식 사과

"가품이다" 거짓 전한 사람 등 사기죄 공동정범 해당 여지

△ 유튜브 '실리언즈 SILLIONS'의 '롤렉스코리아 CS센터의 황당한 거짓말..' 갈무리
△ 유튜브 '실리언즈 SILLIONS'의 '롤렉스코리아 CS센터의 황당한 거짓말..' 갈무리

한 소비자가 롤렉스코리아 서비스센터에 빈티지 시계를 맡겼다가 영구훼손된 상태로 돌려받았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센터는 시계가 가품이라는 엉터리 판정을 하고 문자판 글씨가 저절로 기화됐다는 변명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서비스센터의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하며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튜버 실리언즈에 따르면, 김 씨는 롤렉스코리아 서비스센터에 할아버지가 물려준 빈티지 시계를 맡겼다. 서비스센터는 "로얄이라고 적혀있는 건 어디서 찍어서 문자판을 만든 것"이라며 시계 문자판을 가품으로 판정했다. 또 수리비 70~100만 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의심을 품은 김 씨가 롤렉스 스위스 본사에 문의하자 "문자판을 가품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회신이 왔다. 김 씨가 한국 서비스센터에 항의하자 제품은 '진품'이고 수리도 원래대로 진행하겠다고 답변했다.

결국 수리를 한 시계를 돌려 받았지만 'ROLEX OYSTER ROYAL' 중 'ROYAL'이라는 글자가 번져있었다(사진).

서비스센터는 "시계를 분해했더니 잉크가 날아갔다"며 "도장 찍듯이 ('ROYAL' 글자를)살짝 찍은 거라 공기 중에 오픈되면 계속 (잉크가) 날아갈 수밖에 없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김 씨가 종로에 있는 시계수리전문점 9곳에 문의한 결과, 문자는 공기 중에 기화할 수 없고 약품 등이 닿은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다. 심지어 한 곳에서는 "이미 서비스센터에서 자문을 구한 내용"이라고 했다.

김 씨가 재차 항의하자 서비스센터는 다시 말을 번복했다. 수리 과정에서 생긴 손상이라고 인정했지만, 여러 엔지니어가 수리를 담당해 누가 시계 다이얼을 손상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 문자판으로 교체하거나 수리비 비용을 환불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씨가 두 제안을 모두 거절하자 서비스센터는 위로금으로 5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대신 합의과정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등의 조건을 걸었고, 김 씨는 승낙했다.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롤렉스코리아는 다시 한 번 말을 바꿨다. 서비스센터는 "500만 원을 지급하는 대신 500만 원 상당의 수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김 씨가 지불하지 않았어도 될 수리비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이익을 편취하려는 행위로 보인다는 취지다.

하서정(변호사시험 7회) 홈즈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롤렉스코리아 측이 시계를 '가품'이라고 속여서 수리비를 편취하려고 했다면 기망행위를 통한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실수로 시계에 손상을 입힌 것에 대한 손해배상액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리를 담당한 엔지니어가 누구든 관계 없이 롤렉스 코리아 측이 (김 씨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며 "(시계를 가품이라고)거짓말을 한 사람이나 거짓말 하자고 계획한 사람이 모두 사기죄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계에 손상을 입힌 것을 숨기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시계가 가품이라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손해배상 책임, 즉 금전적인 채무를 면탈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도의적으로나 기업경영 측면에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죄질이 나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롤렉스코리아에서는 내부 조사 후 김 씨와 합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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