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지나도 부르지 않고 조사하지 않는다” “수사관만 바뀌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불안해 전화하면 기다리라고만 한다.”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들의 생생한 하소연들이다. 그런 피해자를 도와야 하는 변호사들도 노심초사, 안절부절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 고소장을 접수하고 1년, 2년이 지나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사건이 부지기수다. 고소인은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피고소인도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낸다. 2022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에 빈번하게 눈에 띄는 풍경이다.

법률은 바뀌어도 경찰 수사 인력에 대한 교육, 보강, 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부득이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입는다면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충분히 수사하여 증거를 수집하면 기소될 수 있는 사건들이 경찰 업무과중 등으로 제대로 수사되지 못한 채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되고 있다.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의 구제가 바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에 대한 불만, 불평을 넘어 새로운 갈등 요인을 만든다. 형사사법에 관한 국민의 정당한 권리는 물론 변호사의 조력권도 함께 침해되고 있다.

법무부는 8월 1일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하, ‘수사준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을 보자. 검경 등 수사기관에 고소 고발장 접수의무를 부과했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재수사 요청에 대한 경찰의 수사기한을 정했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도 시한을 정했다. 보완수사를 경찰이 전담하도록 하는 원칙을 폐지하고 검경의 보완수사 분담에 관한 기준을 마련했다. 경찰이 재수사 요청을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마무리할 수 있다. 검경 일방이 요청하거나 선거사건 시효가 임박한 경우 검경 상호 협의를 의무화했다.

수사준칙 개정안은 수사 지연과 부실을 막고 피해자 등 국민을 신속하게 구제하여 억울함이 없도록 한 것이다. 효율적이고 적정한 형사사법과 정의 실현을 위해 부득이한 조치다. 다만 수사기관에 고소장 접수의무를 부여한 조항에 있어서 수사기관이 무조건 수리할 것인지, 관할이 있는 기관에 접수할 것을 안내할지 문안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검사가 송치받은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게 한 부분은 검경 수사권 분배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미세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검찰청법, 형사소송법은 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법이다. 무고라면 신속하게 피고소인의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가 결코 용납되지 않는 이유다. 오직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의 입장에서 부끄럽지 않게 수사준칙을 만들고 해석해야 한다. 수사준칙 개정안의 신속한 입법과 시행을 통해 단 한 명의 억울한 국민도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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