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법의 지배'가 좋은 건가요? 뭔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달 1일 '제31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가 열렸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한 부자(父子)가 플래카드를 보며 나눈 대화다. 아마도 '지배'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뉘앙스 때문일 것이다. 흔히 지배라는 말을 들으면 복종 요구, 다스림 등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르는 강압적 방식이 떠오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배의 주체다. 누구에 의해, 또는 무엇에 의해 지배당하는지에 따라 공동체 구성원의 삶이 확연히 달라진다.

인류는 '인치(人治)'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법치(法治)'로 나아갔다. 민의가 반영된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으며 마침내 '법의 지배'에 이르게 됐다. 악인이 권력을 잡고자 할 때 걸러질 수 있게끔, 권력을 잡더라도 오랜 기간 독점하지 못하게끔, 그리고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끔 법과 제도가 세워졌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한층 더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됐다.

그러나 아직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입주자대표회, 그리고 회사 내부 등이다. 조합장이나 대표가 악의를 품었을 때 이를 저지하기 어렵다. 저지 가능하더라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 도중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이유로 지금껏 부정부패의 온상이 돼왔다.

정보의 비대칭성, 유인(incentive)의 부재, 본인-대리인 문제 등 부패 근절이 어려운 원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부패의 결과가 부실공사 등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명백하다. 변호사를 외부 감시자로 참여토록 해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변호사에게는 객관적인 위치에서 감시할 유인이 있고, 법률 전문성이라는 역량도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영상축사에서 "건축비리·부실공사 근절과 회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변호사 역할에 대한 논의의 장을 통해 변호사의 공적 역할이 확대되고 법치주의가 자리 잡길 바란다"며 "정부도 변호사의 공적 역할 확대를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서두에서 꼬마 아이가 던진 질문에 답하고 싶다. "법의 지배는 현재까지 인류가 발명한 최선의 방책이고, 어디에서나 이뤄진다면 더 좋은 것이란다"라고. 변호사의 공적 역할 확대로, 법의 지배가 보다 깊숙한 곳까지 확장되길 기원한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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