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 4일 '수사준칙 개정 관련 심포지엄' 개최

"협의체, 검경 아닌 피해자 요구방향에 초점 맞춰"

"법률위임한계 벗어나"… 절차적 정당성 문제지적

디스커버리제도, 사인소추제도 도입 등 대안제시

△ 이광수 변호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이광수 변호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은 신속한 사건처리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사지연 등으로 피해를 입는 국민이 없도록 수사기한을 설정하는 등 절차 개정에 중점을 뒀다는 취지다. 하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 심포지엄'을 열었다.

법무부가 이달 11일까지 입법예고한 수사준칙은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화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재수사요청에 대한 경찰의 수사기한 설정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시한 설정 △보완수사 경찰 전담원칙 폐지 및 검경의 보완수사 분담에 관한 기준 마련 △재수사요청 미이행 시 검사가 마무리하도록 한 규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수사지연과 수사부실 등의 문제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날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소위 수사준칙 개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정 교수는 "수사준칙 개정 내용을 보면 각종 수사기한 정비 등 절차적인 부분을 정비했을 뿐 별다른 내용이 없다"며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단계별로 검경이 지켜야 할 수사기한 기준을 마련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일부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검수원복' 내지 '경찰의 수사종결권 박탈'이라고 말하며 비난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수사준칙 일부 조항 개정은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형해화하자는 게 아니라, 사건처리를 보다 공정하면서도 신속하게 도모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준칙 개정 '이전'과 '이후' 중 어느 쪽이 국민에게 더 좋은 것인지 현장에 있는 변호사들이 찬성 또는 반대하는지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경협의체 전문가·정책위원 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경협의체에서는 누가 수사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준칙 개정안을 제시했다"면서도 "발제와 토론을 들어보니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 여당과 야당이 바라보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그러다보니 법무부에서 대통령령을 개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카운터 파트너인 경찰과 관련 논의를 더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당시 생각했던 방향과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부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위규범과 어긋나거나 개정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취지다.

지난달 17일에서 23일 변협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다수 회원이 수사준칙 개정에 찬성했다. 다만 법률 취지나 위임 한계를 벗어나 법치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몇 가지 문제점'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면기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개정 취지에 공감하기 어려운 조문도 있고, 복잡한 조문을 분석하면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내용도 있다"며 "이는 시행착오를 위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수사준칙 개정안이 통과되면)경찰·검찰의 책임수사를 고려한 보완수사의 주체 문제, 재수사 요청 범위를 확대했으나 인권보장절차는 미흡한 문제, 경찰·검찰 협력 의무화에 따라 우려되는 문제, 피의자 방어권 보장 미흡 문제 등이 예상된다"며 "수사권 조정 취지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인력 조정 문제 등도 함께 병행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간 검경이 효율성을 위해 얼마나 상호 협의를 기울였고, 법무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와 수사인력 조정 등에 관한 문제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며 "효율성 저하 및 수사지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책임감 있고 협력적인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광수(사법시험 27회) 변호사는 "개정안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대통령령의 상위 규범인데 상위 규범이 위임된 범위 안에서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하위 규범을 제정할 수 있다"며 "검수완박 개정법률의 실체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하위규범인 대통령령으로 법률의 정책목표를 부정하는 방향이 절차적으로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의 필요성이라는 당위는 검찰이라고 해서 자유로울 수 있는 명제가 아닐 것"이라며 "이제 차분하게 국민을 위한 수사권 행사는 어떠해야 하는지, 수사단계에서 사법 정의는 어떤 절차와 수단을 통해 더 충실하게 구현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 임혜령 본보 기자(오른쪽)가 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임혜령 본보 기자(오른쪽)가 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김기원(변호사시험 5회) 서울변회 법제이사는 "현재 검수완박을 비롯한 검경 권한을 둘러싼 여러 문제는 수사기관에 지나치게 많은 실질적 권한이 주어져있는 형사사법제도 때문으로 보인다"며 "사건 관계자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 행위가 형사범죄에 해당할 때 이를 이용해 합의 등을 유도하기 위함도 있지만 형사사법기관이 나서야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증거 제출을 유도하거나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형사사법기관이 증거를 수집하는 강한 권한을 독접하고 항소조차 어려운 '0심 형사법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하는 자가 판단하는 규문주의의 폐단을 시정하겠다는 현 제도가 수사기관을 또다른 '수사하면서 동시에 판단하는' 권한을 준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미법계 사법구조의 사인소추 등 제도를 도입해 형사사법기관이 지나친 권한을 독점하지 않고 △형사재판을 원하면 일단 1심 형사재판에 이르게 하고, △강한 증거수집 권한 역시 민간이 가질 수 있도록 디스커버리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고민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임혜령 법조신문 기자는 "당장 범죄 피해로 힘들어하는 국민 앞에서 수사지연은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며 "수사준칙 개정이 형사사법체계 개선을 둘러싼 검경 간 알력다툼이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국민의 편익을 높이는 등 국민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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