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다280481 판결 -

권대현 대한변협 등록 회사법 전문 변호사
권대현 대한변협 등록 회사법 전문 변호사

Ⅰ. 사건의 사실관계

가. 기업집단 ○그룹은 A회사, B회사, C회사 등이 속한 기업집단으로 A회사가 B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B회사가 C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C회사는 A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구조를 이루고 있었는데, A회사는 B회사의 대주주로서 B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증권사 등 다수 계약상대방(이하 계약상대방)과 ‘B회사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 이른바 총수익스왑(Total Return Swap, TRS)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TRS계약이란 거래 당사자간 고정 수익과 변동 수익을 서로 교환하는 형태의 계약으로, 주로 증권사 등이 총수익 매도자로서 주식, 채권 등의 기초자산을 매입하고 투자에 따른 수익과 손실 등은 총수익 매수자에게 이전하며, 총수익 매수자는 총수익 매도자에게 약정된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이다.

다. 이 사건 계약은 계약상대방이 B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계약기간 동안 B회사의 주식을 취득 및 보유하면서 A회사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A회사는 계약상대방에게 약정수수료를 지급할 뿐 아니라 만기 시 B회사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낮으면 그로 인한 손실을 정산해주고 반대로 B회사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높으면 그로 인한 이익을 계약상대방으로부터 정산 받는 내용의 계약이다. 이 계약에 따라 A회사는 계약상대방에게 약정수수료를 지급하였을 뿐 아니라 계약 만기에 B회사의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낮았기에 막대한 금액의 정산차손금을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하게 되었다.

라. 이에 A회사의 대주주인 이 사건 원고는, 기업집단 ○그룹의 회장이자 A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甲과 A회사의 前 대표이사인 피고 乙을 상대로 ‘피고 甲과 피고 乙이 이 사건 계약 체결의 필요성과 손실위험성 등에 관하여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거나 검토가 부족함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내지 감사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여 A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A회사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사건의 쟁점

가.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자신이 지배하는 계열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여 계열회사 경영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순환출자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현 지배주주의 해당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고, 나아가 기업집단 자체 및 현 지배주주의 기업집단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여 얻은 무형의 이익,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의 인정여부 및 판단기준

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의 이사가 특정한 계약 체결 상황에서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다하였는지에 대한 판단기준

Ⅳ. 판결 요약

가.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의 체결은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는 행위이며 이 사건 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이 사건 회사에 우호적인 주식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B회사의 경영권 및 ○그룹 소속의 계열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었으며 그 방법 역시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 부담으로 법령을 위반하지 아니하고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이었으며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조사하고 검토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 중 주주대표소송 제기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각하를,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을 하였다.

나. 그러나 2심과 이 사건 대법원 재판부는 1) 이 사건 계약은 A회사가 B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고자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체결된 것이지 보유 지분 처분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기 위하여 체결된 것이 아니고, 추가적 의결권 확보는 계약 만기까지 한정된 기간만 유지될 뿐이며, A회사가 계약상대방의 B회사 주식 처분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계약을 통해 A회사가 보유하는 주식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2) ○그룹의 계열회사로서 브랜드 가치 등의 이익은 구체적·객관적이지 않으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설사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 체결로 인하여 입게 될 수 있는 손해를 감수할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며, 이사들이 현 지배주주와 적대적으로 기업을 인수하려는 자를 비교하여 누가 회사의 이익에 부합되는 자인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다. 또한 재판부는, A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들이 B회사에 관한 부정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자료는 외면한 채 장래 현금흐름이 낙관적임을 전제로 A회사가 평소 파생상품계약의 가치를 평가해오던 방식과는 다른 추정 방법에 따라 만기 시 주가가 계약 체결 시보다 훨씬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자료만을 바탕으로 이 부분 계약 체결의 타당성을 검토하였으며, 이 사건 계약으로 인하여 A회사가 손실을 입을 위험성이 있음에도 다른 이사들은 이에 관하여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반면 ○그룹의 회장이자 A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甲은 순환출자구조를 유지함으로써 ○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하거나 계약 체결을 방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들이 이 사건 계약 체결의 필요성이나 손실위험성 등에 관하여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거나, 충분한 검토가 없었음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서 A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Ⅴ. 검토

가. 이사는 회사와 위임관계에 있으므로 회사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하고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할 의무가 있으며(상법 제382조 제2항, 제382조의3, 민법 제681조) 이러한 임무를 게을리 한 경우에는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399조 제1항).

나. 이에 대하여 기존 판례는 이사의 직무상 행위가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이사가 행위 당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조사하고 검토하는 절차를 거친 다음, 이를 근거로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신뢰하고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의 판단을 내렸고, 그 내용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면, 비록 사후에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이사의 행위는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 있는 것이어서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리를 확립해왔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33333 판결 등).

본 판결은 기존 판례의 입장을 따르면서 1) 이사의 경영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익은 원칙적으로 회사가 실제로 얻을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것이어야 하고, 일반적이거나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여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이나 위험에 상응하지 않는 것이어서는 아니 되며, 2) 기업집단을 구성하는 개별 계열회사들은 각자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별개의 회사이므로, 개별 계열회사의 이사는 기업집단이나 다른 계열회사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할 때에도 선관주의의무 내지 감시의무와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이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소속 회사와 계열 회사의 관련성 유무와 정도, 계열회사에 미치는 영향 및 소속 회사에 예상되는 이익 및 불이익의 정도, 소속 회사의 재무상황과 사업계획을 고려한 적정성 등을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검토해야한다고 판시, 그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기존 판례는 회사의 이사는 다른 이사가 법령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법리를 확립하여 왔는데(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등), 본 판결은 그 의미를 구체화하여 이사가 다른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그 직무를 수행하는지,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를 감시·감독할 의무를 부담하고, 특정 이사가 다른 이사의 직무 수행으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그 이사는 위와 같은 의무를 진다고 판시하였다.

라. 결국 이 사건 계약의 체결로 A회사는 B회사 주가 하락에 관한 매우 큰 위험을 부담하므로, 피고 甲과 피고 乙을 비롯한 A회사 이사들은 통상적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 손실 위험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했음에도 B회사에 관한 매우 낙관적인 내용을 담은 자료만을 바탕으로 이 사건 계약 체결의 타당성을 검토한 것은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조사하고 검토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또한 ○그룹의 회장이자 A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甲이 이사회에서 A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당할 위험이 있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아니한 것은 이사들이 위법하게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 경우에 해당되므로 A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권대현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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