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25일 '법률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대토론회' 개최

변호사 57.1% "플랫폼, 엄격하게 제한적 허용 또는 전면 금지를"

플랫폼 반대론 측 "민주주의 위협할 가능성만으로도 반대 필요"

플랫폼 찬성론 측 "광고 매체 불과… 변호사는 쉽게 종속 안 돼"

△ 전민성 대한변협 제2정책이사가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률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대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전민성 대한변협 제2정책이사가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률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대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설 법률 플랫폼에 대한 변협의 정책 방향을 놓고 공개 토론을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법률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앞서 변협은 이달 7일부터 18일까지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전국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는 총 3441명이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변호사 86.5%(2978명)은 사설 법률플랫폼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13.5%(463명) 중 대다수는 플랫폼에 대해 "오래 사용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186명)"고 답변했다. 그 외에는 △법률수요자와의 연결이 원활하고 사용이 편하다(146명) △법률수요자로부터 연락이 오는 빈도가 낮아 이용의 실익이 없다(117명) △유료이용 회원의 경우 법률 수요자로부터 연락이 오는 빈도가 높으나 상위노출을 위해 지급하여야 하는 금액이 과도하다(97명) △내밀한 법률 정보를 사기업에서 임의로 사용할까 봐 걱정된다(41명)고 답변했다.

사설 법률플랫폼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전면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변호사의 29.8%(1022명)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대한변협이 사설 법률플랫폼에 대한 통제 및 감독 권한, 공공 데이터 보유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답변을, 27.3%(937명)는 "전면 금지해야 한다. 변호사의 공공성 독립성 등 변호사법과 변호사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답변을 선택했다.

사설플랫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는 "법조계가 자본에 종속될 것(1062명)"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변호사와 의뢰인 정보, 법률상담 내역, 알고리즘 등을 장악해 불공정하게 사용할 것(930명)", "변호사법 및 변협 회규를 회피해 잘못된 정보가 난립하고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865명)" 등의 의견이 있었다.

△ 사설플랫폼 허용 여부에 대한 설문 결과 
△ 사설플랫폼 허용 여부에 대한 설문 결과 

토론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재기(사법시험 50회)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청년변호사는 월 평균 1건 이하로 사건을 수임하고 생계와 가족을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처지에 대한 울분이 아닌 미래에 대한 울분이 있다"며 "이 때문에 총회에서 압도적으로 찬성이 많았던 (플랫폼을 규제하는 내용의)회칙과 같이 총회나 선거 등에서 플랫폼을 규제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플랫폼 측에서는 수임 기회를 확대하고 새내기 변호사에게 법조시장에서 안착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현재에만 해당되는 얘기"라며 "나중에는 로톡 가입을 위한 경쟁을 거치는 등 (사설 플랫폼) 가입 자체가 힘들어지고 고위 전관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뉴스는 언론을 장악했고, 카카오택시는 택시업계를 종속했고, 라이더들은 배달의 민족에 종속됐다"며 "유엔을 비롯한 전 세계가 라이더 권리 보장 논의를 시작한 건 100년 전 노동자 투쟁에서 확립된 노동권이 플랫폼 등장 몇 년 만에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회적 분위기나 정치적 압박,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플랫폼에서 변호사를 제외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능성만으로도 (사설 법률 플랫폼에 대한)반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원(변호사시험 5회) 서울변회 법제이사는 "혁신기업은 전문가에게 기술과 도구를 판매할 뿐 공공성을 가진 전문직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며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도 의료기술의 병원과 첨단기술의 의료기업이 영역을 나눠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 소개 플랫폼 운영기술을 갖춘 기업은 LG가 대법원을, 삼성이 국세청을 고객으로 했듯 변협이나 법무부를 고객으로 해야 한다"며 "서비스에 네트워크 효과, 잠금효과 등의 특성이 있다면 '공공플랫폼'이나 그에 준하는 방식을 해야 소비자와 플랫폼 구성사업자, 근로자에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전자소송의 LG나 홈택스의 삼성처럼 소비자에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혁신, 경쟁에 기여해 이익을 얻어야 한다"며 "독과점 사기업이 플랫폼을 지배해서 생기는 문제를 막아 계속적인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고 중요정보를 공공이 공유함으로써 사법제도가 사회구성원들에게 절차, 외형, 실질적으로 불공정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로앤컴퍼니 법률AI연구소장(이사)을 맡고 있는 안기순(사시 37회) 변호사는 "로톡은 돈을 더 낸다고 더 많이 검색 노출을 시켜주는 게 아니라 동일 비용으로 모두를 공평하게 노출시켜준다"며 "아무리 자본력이 많은 변호사가 로톡에 큰 돈을 지불하려고 해도 다른 사람보다 여러 번 노출시켜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톡이 불법플랫폼이라는 생각으로 광고규정을 전면 개정했지만 결론은 검찰 무혐의, 불기소처분, 검찰항고 기각"이라며 "로톡은 정액 광고비만 받고 법률상담 수익은 고스란히 변호사에 입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집행부부터 변협은 로톡이 법률시장 장악하고 변호사가 자본에 종속될 수 있다는 논리 펴며 규제를 정당화 하고 있다"며 "광고매체에 불과한 플랫폼이 어떻게 변호사를 종속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며, 이런 논리 자체가 변호사에 대한 폄훼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로톡 서비스를 이용했던 정필승(변시 6회)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는 "정말 플랫폼이 독과점 문제를 갖고 있고 법조영역이 공공성이 있다면 대중, 정치 영역에서 자유로워야 하므로 변협도 플랫폼을 운영하지 말아야 한다"며 "법률비용 증가 문제, 변호사 통제 문제 등 여러 우려가 있지만 입증된 점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톡이라는 플랫폼 혹은 로톡이 아닌 다른 플랫폼이라도 이 플랫폼이 정말로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너무 흘렀다고 생각한다"며 "플랫폼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아직까지 그걸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미지의 세계에서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으로 (사설 법률 플랫폼이)안 된다고 결정하는 순간 과거와 똑같은 오늘을 살아야 하고 내일은 정해진 것일 뿐"이라고 했다.

△ 김영훈 협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률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대토론회'에서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다
△ 김영훈 협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률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대토론회'에서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다

한편 법률플랫폼 가입자에 대한 징계는 정당하다는 답변이 83.4%를 기록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징계가 정당하다는 답변 중에서도 '무료이용 및 플랫폼 종속 우려가 없는 경미한 활용에 대해서는 향후 징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 24.5%, '무료이용자에 대해서는 향후 징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 18.7%였다.  

변협은 설문조사 결과와 이날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향후 정책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영훈 협회장은 "이 자리는 정책 변경 필요성과 변경 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찾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대토론회에서 법리 논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정책의 필요성, 명분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막연하다고 하는 위험은 지금 현실화 되고 있고 그에 대한 증거가 쌓여있다"며 "법조윤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형사사건을 수백 건씩 하는 변호사 상위 100명 중 22명이 사설 플랫폼을 통한 수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시장 변화에 대해 변협이 세심히 살피고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규제를 할 것인지, 규제를 하게 되면 법무당국과 어떤 식으로 연계할 것인지까지 고심을 해보겠다"고 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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