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4일 퇴임을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명됐다. 22일 대통령실은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많은 재판 경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튿날인 23일 이 후보자는 대법원 청사 방문길에 취재진과 만나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며 "국민 기대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법원의 모습이 무엇인지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지적대로 사법부를 향한 국민적 시각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기본권 옹호의 최후 보루로서의 위상과 권위가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 법원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이유는 과도한 정쟁(政爭)과 팬덤(fandom) 정치로 사회 분열이 만성화됐기 때문이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합리적인 소통과 타협이 점점 어려워지자, 각종 정책과 사회 의제가 법원으로 향하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됐다. 이는 다시 '사법의 정치화'를 촉발하였으며, 궁극적으로는 재판의 염결성에 대한 대중의 회의적인 시각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법리에 충실한 판결이 나와도 마음에 맞지 않으면 승복하지 않으며, 군중심리에 기대 사법부와 판사 개인에 대한 편 가르기식 비난을 쏟아붓는 행태가 반복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법치주의 원칙을 침식(侵蝕)하며 소모적인 분쟁과 갈등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기제가 됐다.  

이처럼 엄중한 상황 속에서 이 후보자는 공정하고 신속한 판결을 여망하는 민의와 공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법 신뢰를 회복하고 법원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법부 독립성을 철저하게 수호하고, 법치주의에 입각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는 것 외는 왕도(王道)가 없다.              

아직 인사청문회와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가 남아 있다. 벌써부터 여야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고돼 귀추가 주목된다. 새 후보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인 토론과 검증 절차가 진행되기를 소망한다.

/법조신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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