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는 학생과 선생님 모두에게 악몽같은 한해가 흘러가고 있다. 상반기에는 그동안 곪아 터지고 있던 학교폭력 대응 절차와 관련된 온갖 문제가 세상에 알려졌고, 하반기에는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극단적 선택으로 대표되는 교권 추락을 해결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매주 광화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엄중한 상황 속에서 일부 세력은 교권과 아동·청소년 인권 문제를 이데올로기적 대립 이슈로 비화하는 등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되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개최가 의무화되었다. 학폭위 처분이 학생부에 기재돼 입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학폭위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 등을 통해 법적으로 사안을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적 분쟁이 일상화되면서 초기 학폭위가 학교에서 진행되다 보니, 절차적인 문제로 학폭위 처분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절차적 실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이 현상은 선생님과 학교를 상대로 법적 쟁송을 하는 것을 꺼리는 심리적 저항감을 낮추었다. 그런데 2015년 아동복지법에 ‘정서적 학대’ 조항이 규정되고 시행되자 선생님들에 대한 고소를 학폭 처분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고안되기 시작했다. 최근의 통계가 입증하듯 학폭과 선생님에 대한 각종 법적 쟁송 및 고소 고발이 활성화된 것은 불과 최근 10년의 일이었다.

그리고 최근 10년의 기간동안 각종 정치세력들과 사회단체들은 한쪽 방향에서만 학교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 결과물이 교권과 아동인권을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관점이다. 학교는 아직 지적·정서적으로 미숙한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키워나가는 곳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곳이다. 이 공동체의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은 결코 대립적인 존재일 수 없다. 학생은 자신의 인권을 충분히 존중받으며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교사는 학생이 건강한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충분히 훈육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현재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의 구성요건과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의 정의는 매우 포괄적이고 불분명하다. 교육 자치로서 해결될 문제마저 법적 쟁송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반대로 온정적 처분 등이 남발되어 교육공동체로서 학교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경우가 발생하는 한편, 심각한 수준의 아동학대나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정작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모순적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교육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직역과, 학교를 관리하고 그 관할지역을 감독하는 교육행정의 영역이 극명히 갈라져 있는 점도 문제이다. 교육행정 영역에서는 교사를 교육행정의 한 구성원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지휘 감독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따라서 학교 내부 문제에서 외부인으로 여겨지는 학부모에 비해 교사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 학생인권조례, 아동복지법은 모두 큰 방향에서 과거 학교의 과오를 수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너무 준비도 없이 그리고 부작용에 대한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너무 급진적으로 학교에 도입되고 운영되다보니,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혼란을 낳았다.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으로 인하여 국민들은 여전히 청소년 인권과 교권의 문제를 대립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교권의 붕괴로 인해 학교폭력 피해자 등 대부분의 선량한 학생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본다면 아동·청소년 인권과 교권은 결코 상호대립적인 관계라 할 수 없다. 우리 학교가 선생님과 학생들의 진정한 교육공동체로 회복될 수 있도록 정파적 이해관계와 편견을 넘어 함께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법제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중지를 모아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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