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용 대한변협 등록 환경 전문 변호사
진재용 대한변협 등록 환경 전문 변호사

가공제품은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활방사선법’)제15조 제1항 제3호 및 제4호에 따라 신체 외부 및 내부에 피폭하는 방사선량을 모두 합한 양이나 포함된 방사능 농도와 수량이 원자력안전위윈회(이하 ‘원안위’)가 고시하는 기준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기준을 초과한 가공제품은 ‘결함 가공제품’으로 정의되며, 이러한 ‘결함 가공제품’에 대해서는 생활방사선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원안위가 보완, 교환, 수거, 폐기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2018년 경 이른바 ‘라돈 침대’ 에 대한 수거 처분이 있었던 것도 생활방사선법에 근거한 조치였다.

그런데 만일, 건축물이나 시설물에서 높은 방사능이 측정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돈 침대’가 생활방사선법상의 ‘결함 가공제품’에 해당되어 수거 조치가 취해진 것처럼 건축물이나 시설물도 ‘결함 가공제품’으로서 생활방사선법에 따라 보완, 교환, 수거, 폐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건축물이나 시설물을 가공 제품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춘천 지역의 건축물, 도로, 주차장 등 시설물에서 높은 수치의 방사능이 측정되어 왔었고, 시민들은 원안위에 방사능 수치가 높게 측정되는 건축물 및 시설물 일부에 대해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결함 가공제품’인지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신청하였다. 그러나 원안위는 건축물이나 시설물은 그 성격상 가공제품이라 볼 수 없다며 조사를 거부하였다. 이에 춘천시민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원안위의 조사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2구합67678 판결). 법원은 건축물이나 시설물도 생활방사선법상의 가공제품으로 볼 수 있으며, 원안위가 이러한 가공제품이 안전기준을 초과하는지에 대해 조사하지 않겠다고 한 거부처분은 위법하여 취소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2023. 6. 16. 선고). 법원은 생활방사선법상 원료물질에 해당하는 방사능 농도가 일정 기준이 초과한 골재를 원료로 하여 시설물을 만들었다면 이를 가공제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생활방사선법의 문언 및 사전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 사건에서 원안위는 항소하였으나 위 판결이 확정된다면 건축물, 시설물도 ‘라돈 침대’의 경우처럼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 확인되면 ‘결함 가공제품’으로서 보완, 교환, 수거, 폐기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물론 건축물, 시설물의 성격상 교환, 수거, 폐기는 어려울 것이고 건축물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완 조치가 미리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방사능 문제에 대해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아쉬웠다. 이에 시민들은 부득이 법원에 호소해 수년간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힘겹게 건축물, 시설물을 결함 가공제품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민들은 높은 방사능 수치의 건물에서 생활하며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건축물, 시설물의 방사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진재용 대한변협 등록 환경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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