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쏟아진 폭우로 미호강(江) 제방이 무너지며 순식간에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침수 차량은 17대, 사망자는 14명, 부상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지 1년도 되지 않아 발생한 참사였다.

이번에도 책임 소재를 놓고 여지없이 '네탓 공방'이 이어졌다. 직무유기가 의심되는 사례도 줄줄이 나왔다. 국무조정실이 감찰을 거쳐 수사를 의뢰한 관계자는 충북도와 청주시, 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소속 공무원 36명이다. 이와 별개로 5개 기관의 공직자 63명에 대한 징계 등 조치도 요구했다. 사전 예방부터 사고 대응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지난달 25일 헌재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기각 결정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책임 소재가 쟁점이었다. 헌재는 "이태원 압사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라며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매뉴얼의 명확한 근거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장관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사건도 이태원 참사와 마찬가지로 작은 잘못들이 켜켜이 쌓여 큰 인재(人災)가 됐다. 누군가는 부실공사를 하고, 누군가는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또 누군가는 위험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사람도, 강물이 넘친 상황에서 신속하게 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책임자도 있을 것이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대책이 나오고 원인을 찾았지만,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2020년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망 사건 때도 지금과 같았을 것이다. 책임자 색출도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최근 대한변협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재난 발생 우려가 있으면 관할 경찰서장이 사전 응급조치를 하되, 즉시 이를 긴급구조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했다. 발빠른 초기 대응으로 재난이 커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법제 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가족을 잃은 유족의 마음은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겠지만, 이같은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유사한 참사가 다시금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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