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강사, 방송인, 엄마로서 역할까지 모두 해내는 임주혜 변호사 인터뷰

초등학생 시절 모의재판서 시작된 법조인 꿈, 청소년진로수업 강사활동으로

국회방송·TV조선 등서 방송인으로 활약… "인기강사 강의 들으며 강의법 독학"

자녀와 함께 시간 보내려고 퇴사 결심… "제 인생 최고경력은 '두 아이의 출산'"

'경력단절여성' 아닌 '경력보유여성'이 타당... 탄력근로제 활성화 반드시 필요

"과한 욕심, 퀄리티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상한선 정해두고 능력 최대발휘"

"많은 분들이 문제가 악화돼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서야 변호사를 찾습니다. 분쟁을 해결하는 변호사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문제가 최대한 생기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재판에 가기 전 미리 상담을 받고 사건이 잘 마무리됐다는 전화를 받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기본적인 법 지식을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 피해 보는 일이 줄어들 겁니다. 앞으로 법률교육 전문가로서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방송과 라디오, 법률교육과 청소년 진로강연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임주혜(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의 말이다. 

임 변호사가 처음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된 건 초등학생 시절이다. "누가 도시락을 훔쳐 먹었나"라는 가상의 이야기에서 피고인 역(役)을 맡아 모의재판에 참여했다. "학생은 말을 참 잘하네요. 나중에 법조인 하면 잘할 것 같아요"라는 판사님 말씀이 귀에 박혔다. 단순한 칭찬이 아닌 꿈이 싹트는 한 마디였다. 이후 진로를 생각할 때마다 '법조인'이 늘 마음 한 켠에 자리했고, 이화여대 법대와 고려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어릴 적 겪은 작은 경험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그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수업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편안하고 쉽게 풀어나가는 그의 강의는 호응도가 높다. 강의를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변호사가 되고 싶다"며 고민을 듣거나 책을 추천해달라는 메일을 받는다.

"저는 평가를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학생들이 좀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은 '잘못된 재판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사람을 죽인 것과 강아지를 죽인 건 왜 처벌이 다를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성인들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대답합니다. 이렇게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 해 본 경험은 굉장히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아이들 중 한 명이라도 '제가 초등학생 때 선배님 강의를 들었습니다'라며 찾아오는 날이 오기를 꿈 꿉니다. 그 날이 변호사로서 가장 뿌듯한 날일 것 같습니다."

△ 연합뉴스TV, 뉴스파이터에 출연 중인 임주혜 변호사(사진: 임주혜 변호사 제공)
△ 연합뉴스TV, 뉴스파이터에 출연 중인 임주혜 변호사(사진: 임주혜 변호사 제공)

임 변호사는 방송가에서도 활약 중이다. 명확한 발음으로 전문적인 법률정보를 쉽게 해설하는 임 변호사의 능력은 어디에나 통했다. 현재 국회방송 '우리들의 법'에서 MC로 활약 중이고, TV조선 '신통방통', MBN '뉴스파이터'와 '프레스룸 LIVE', 연합뉴스TV '이슈 현장'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출연한다.

주목받는 역할 너머로 임 변호사의 '준비된 자세'가 돋보인다. 본격적으로 방송과 강연을 시작하기 전부터 다른 사람들의 강의를 찾아 듣고 공부했다. 육아와 인생 등 예민한 주제도 가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 잡아 끄는지, 어떤 예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지 등에 관한 기술을 익혔다.

그는 매일 밤 두 아이를 재우고 새벽까지 원고를 썼다. 강의나 방송이 없는 날에는 강의안을 준비하고, 사람들에게 법률정보를 재밌게 전달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법률전문가로서 법 관련 내용을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내용을 쉬운 말로 다시 풀어내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생활법률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인터넷에 올라온 법 관련 질문도 많이 찾아봅니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어떤 부분을 몰라 문제가 생기는지 취합해 강연과 방송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 대한변호사협회 유튜브 영상 중 "변호사정보센터 ‘나의 변호사(www.klaw.or.kr)’, 청년변호사들이 물었다!" 갈무리
△ 대한변호사협회 유튜브 영상 중 "변호사정보센터 ‘나의 변호사(www.klaw.or.kr)’, 청년변호사들이 물었다!" 갈무리

임 변호사가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이자 원동력은 가족이다. LG전자 법무팀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아이가 "아침에 눈 떴을 때 엄마가 없는 게 싫다"고 했을 때 퇴사를 결심하고 개업을 선택했다.

"LG전자도 워라밸은 좋았지만 일이 있든 없든 무조건 8시간을 회사에 있어야 하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심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사무소를 열게 됐죠. 지금도 방송 스케줄 등을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 위주로 잡고 있습니다. 가끔은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있지만, 최대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하루가 끝나고 집에 가서 아이들과 '오늘 하루가 너무 행복했고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큰 기쁨입니다."

가장 내세우고 싶은 경력도 '두 아이의 출산'이라고 했다. 업무 커리어를 쌓은 기간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성숙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임 변호사는 강조했다. 

"아이를 낳기 전의 저는 수동적이고 누군가를 챙기는 데 미숙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설득해보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사회와 소통하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또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니까 더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경력단절여성'이란 말을 '경력보유여성'이라는 단어로 대체했으면 합니다."

이렇게 변호사, 강사, 방송인, 엄마로서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다.

"사람에게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건을 더 많이 받으면 경제적으로는 더 이득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어떤 일이든 욕심이 과하면 퀄리티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제게 일을 맡겼는데 엉망이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제 능력을 90% 이상 보여줄 수 있는 수준까지만 일을 맡습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잘하면 기회는 또 오게 돼 있습니다."

임 변호사는 일·가정을 양립하기 위해 탄력근무제를 반드시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전한 일가정 양립은 어렵습니다. 전문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많이 필요한 건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새벽부터 어린이집과 학교를 열면 그 선생님의 아이들에게 엄마를 빼앗게 됩니다.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을 해도 눈치를 보지 않고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는 합리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당장은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20년, 30년 후에는 출산율 자체가 달라질 겁니다."

방송과 교육 등 여러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변호사들에게는 실현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것을 이룩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할 법한 작은 목표부터 세우시길 바랍니다. 너무 거창한 목표를 잡을 필요는 없어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당장 움직여보세요. 예를 들어 15분 운동한다고 건강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지는 않지만 그게 지속되면 분명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목표를 채우면서 살아가세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기회가 옵니다."

/임혜령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