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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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일 양일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시아변호사단체장회의(POLA)가 열렸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는 공공 변호사플랫폼 ‘나의 변호사’ 개발과 운영 사례를 발표하고 관련 내용을 참석 국가 변호사 단체들과 공유하였다.

대한변협 측은 “공공플랫폼을 통해 변호사들은 공정한 홍보 기회와 국민들의 사법접근성 향상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며 “민간 자본에 의해 법조 시장이 왜곡되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동남아 제국(諸國) 등 많은 나라에서 ‘나의 변호사’에 깊은 관심을 표했으며, 변협은 상대국 요청 시 공공플랫폼 개발 및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기술 전수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11일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 변호사회와의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처럼 변호사의 공익성 확보와 법률 시장의 건전성 유지에 관한 담론은 비단 국내에 한정된 이슈가 아니다. 법치주의가 자리 잡은 국가에서 법률가는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천’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1949년 11월 변호사법 제정 당시 작성된 입법자는 “정부기관의 준법 여부를 민간의 입장에서 감시 또는 보좌하는 변호사 제도를 확립한다”고 천명하였다. 변호사법과 변호사의 광고에 관한 규정(변호사 광고규정) 등이 비교적 엄격하고 촘촘하게 법조 시장을 규제하는 배경이다. 지난 20일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속행이 결정된 변호사 중개 플랫폼 ‘로톡’ 이슈도 같은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혁의 시대에 기술 발달로 인한 법조 시장의 변동은 반드시 국민 기본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 몇 년 사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법률플랫폼 논쟁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플랫폼은 인위적으로 구현된 온라인 공간에서 양면 시장을 형성하고 공급자와 소비자 간 거래를 추동한다. 단순한 장(場)을 제공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으나, 자신이 구축한 생태계 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 민간 플랫폼은 주로 제품이 아닌 시장 자체를 놓고 경쟁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독점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진행되는 출혈 경쟁과 천문학적 적자 마케팅은 금융자본을 유치해 메꿔나간다. 이러한 시장 잠식 과정에서 일부 사회 후생을 높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잠정적일 뿐이다. 시장 지배자로 군림하게 되면 매몰된 투자 비용과 기대 수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더 냉혹하게 가렴주구(苛斂誅求)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변호사들은 공익성 요청에 부응하기 위하여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주식회사 형태의 법무법인도 설립할 수 없었다. 주주가 아닌 법과 양심에 충실하라는 국민적 명령이다. 이러한 규제가 없었다면 수많은 ‘법률기업’이 이미 증권시장에 상장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플랫폼은 이러한 변호사법 규제를 완벽하게 우회하면서도, 수임 경로를 장악할 우려가 있다. 엄벙덤벙 등 떠밀려 성급하게 허용하기보다는 깊은 고민과 숙의 과정,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선제되어야 한다.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변협이 선보인 ‘나의 변호사’와 같은 공익 플랫폼 모델을 공영(公營) 방식으로 전환하여 안착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외부 자본에 의한 개입과 수임료 상승 우려가 적을 뿐 아니라 정확한 법조인 정보를 공개하여 국민들의 사법접근성도 한층 높일 수 있다. 이제는 국회와 정부, 법조계가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고 실용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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