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변호사 /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김주영 변호사 /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곧바로, 혹은 군법무관을 마친 후 판사로 임용되는 즉시임용제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신 법조경력자 중에서만 법관을 임용하는 법조일원화제도가 10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특히 2018년부터는 5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들만 판사로 임명되고 있다. 당사자들이 마주하는 일선 법원의 재판장이나 단독판사들은 대부분 2018년 이전에 임용되었기 때문에 법조일원화제도가 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법조일원화제도가 법원조직과 재판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7월 14일 대법원 강당에서는 법원행정처와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법정책연구원 공동주최로 법조일원화제도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은 심포지엄 기조발표에서 법조일원화제도 시행에 따라 법원의 인적 구성에 이미 상당한 변화가 초래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2013년에는 30세 미만의 판사임용자가 50%에 달했지만 2022년에는 0%가 되었고, 반면 40세 이상의 신규임용자가 0%에서 10.4%로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법관의 평균연령은 2012년 39.3세에서 44.2세로 늘었고, 부장판사의 평균연령도 46.5세에서 49.7로 늘었다. 임용자의 성비도 남초에서 여초로 변화하였고 로스쿨제도의 도입과 맞물려 임용자의 학부전공도 법학전공 일변도에서 인문사회계나 이공계 등으로 다변화하였다. 발제자로 나선 김신유 부장판사는 법조일원화에 따라 임용된 판사들의 실무능력이나 소명의식이 그 이전에 임용된 판사들에 비해 편차가 크다는 일선 부장판사들의 평가를 전했다. 일부에 해당하지만 법조경력이 오래되었거나 판사 임용 전 민사나 형사 중 어느 한 분야만 전담했던 경력의 배석판사들에게서 실체법과 절차법에 대한 지식 부족문제가 심각하고, 소명의식보다는 직장인 마인드로 업무에 임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한다. 물론 이상과 같은 현상이 법조일원화 때문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시기에 시행된 평생법관제,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의 폐지, 사법시험제도의 폐지와 로스쿨제도의 시행,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의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법조일원화를 되돌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여하튼 법조일원화제도의 본격시행과 다른 여러 변화들로 인해 이제는 사법연수원 수습과 배석판사 생활을 통해 도제식 훈련을 받은 비교적 젊은 판사가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 다양한 법조경험을 쌓은 비교적 나이 많은 판사들이 재판을 담당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따라서 경력과 경륜이 풍부한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여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좋은 재판’을 하자는 법조일원화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법관의 고령화와 도제식 교육의 부재에 따른 업무능률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조일원화시대에 맞추어 재판시스템과 법관의 역할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필자는 법조일원화로 인한 법원의 변화가 오히려 재판제도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개혁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즉 법조일원화로 인한 변화를 두려워하고 과거를 회귀하려 하기보다는 진정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개혁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전에도 민사영역에서는 변론준비절차의 도입, 적시제출주의의 도입과 문서제출명령제도의 보완, 당사자 협력의무의 강화 등 제도개혁이 있었고 형사영역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의 도입,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의 명문화, 공판중심주의적 법정심리절차 도입, 증거개시제도 도입 등의 제도개혁이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날로 복잡해지는 분쟁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당사자들의 역할을 강화하고 판사의 역할은 더 이상 수동적 판단자가 아니라 적극적 관리자가 되도록 하려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개혁은 법조 구성원들의 타성 때문인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편견 없는 전능자로서의 판사를 상정한 후 판사가 개개의 사건에서 주도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여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기 보다는 법관이 지닌 한계를 인정하고 절차적 정의에 초점을 맞추어 각종 소송법상 원칙에 충실하게 재판이 관리되도록 하여야 한다. 법관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수임제한 강화 등 법조일원화에 따라 변화해야 할 다른 것들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법조일원화를 계기로 기존에 추진되어 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재판제도의 개혁에 좀 더 박차가 가해져야 한다.

/김주영 변호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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