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자운 변호사
조자운 변호사

나의 옛 상사는 명석했으며 이해가 빨랐고 판단은 더 빠른 사람이었다. 그는 장기판의 차(車) 같았다. 거대한 장기판에서 어디로도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고,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바로 치워버릴 수도 있을 것처럼 보였다. 장기는 바둑과는 다른 룰을 가진 게임이다. 천천히 무언가를 구축해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각자의 한정된 역할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여야만 하고, 때로는 기꺼운 희생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회사생활과 퍽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장기판에서 중요한 말이었다. 그러나 나의 옛 상사의 상사는 그보다 더 명석했고 더 빨랐고, 뛰어난 조직 장악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따금 알 수 없는 트집을 잡아 내 상사를 들볶기도 했는데, 내 상사 역시 같은 방식으로 나를 들볶았다. 나와 내 상사는 그것이 일종의 ‘길들이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우리가 아는 정답을 말했고, 행했다. 스스로 꺾여야 했다. 꺾지 않아도.

나는 차(車)보다는 포(包)를 잘 썼다. 나의 외조부는 ‘포를 잘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기 때문에, 어린 나의 자랑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내가 마치 장기판의 포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디딤돌이 되어줄 무엇이 없다면 꼼짝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포. 그러나 장기판의 용맹한 차(車) 역시 졸(卒)이 한 칸만 움직여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가?

중요한 것은 왕을 지키는 것이다. 용맹한 차(車)도 숨죽인 포(包)도 언제라도 왕을 위해 장기판에서 사라질 수 있는 운명인 것이다. 지나치게 비극적인 결말인가? 아니면 지나치게 비관적인 견해인가? 그렇지만 이것이 장기(將棋)가 가진 궁극적이고 원초적인 속성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내 상사의 모습은 졸(卒)들에 둘러싸여 퍽 위태로워 보였다. 내 상사의 상사는 어느 날 갑자기 장기판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가 그 장기판의 왕(王)인 줄 알았는데, 그는 그저 두 개의 차(車)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사라져야 했을까? 우리가 지켜야 했던 왕은 무엇이었을까?

/조자운 변호사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