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등, 14일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 공동개최

변호사 77.7% "경력법관, 수임제한 강화 및 재개업 제한 필요"

"경력에 상응하도록 처우 개선을… 재판연구원 충원 등 필요"

"변시 성적으로 서면작성 역량 확인"… 필기전형 대체 방안도

법조일원화제도가 도입·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다양한 경험과 이력을 가진 경륜있는 변호사'로 법관 수요를 충당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10년 이상 경력자가 지원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법관 처우를 개선하고 시험전형을 간소화하는 등 판사 수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법원행정처(처장 김상환),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회장 이상경), 사법정책연구원(원장 박형남)과 함께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법조일원화제도는 '모든 법관을 일정한 경력의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선발'하는 제도다.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최소 법조경력 10년 이상 변호사 자격자를 경력법관으로 선발하는 제도가 처음 실시됐다. 이후 개정을 거쳐 2024년까지는 경력법관 선발 시 5년 경력을, 2028년부터는 7년 이상 경력을,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 경력을 요구한다.


● 변호사 77.7% "경력법관에 대한 재개업 제한, 수임제한 강화"

변협은 심포지엄에 앞서 지난 6월 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전국 변호사를 대상으로 법조일원화제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변호사 1031명이 참여했다. 이 중 판사 출신은 36명(3.5%), 검사 출신은 27명(2.6%), 재판연구원 출신은 53명(5.1%), 공직 경력이 없는 변호사는 814명(78.9%)이었다.

경력법관 임용조건에 대해 응답자 37.2%(382명)가 '5년 이상'을, 30.9%(322명)가 '1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응답자 중 법조경력 1~7년의 법조인은 '5년 이상'을 선호했으며, 8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들은 '10년 이상'을 꼽아 연차별로 적정 법조 경력에 대한 의견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법관에 지원하는 주된 동기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판사직에 따른 명예'를, 그 다음으로는 '판사직 수행에 대한 보람'을 꼽았다.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생활', '변호사로서 수임 등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어서'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법관임용 시 시행되고 있는 법률서면 작성평가에 대해서는 641명(62%)이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추가적인 의견조회 절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료 변호사에 의한 평판 조회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39%, "의뢰인을 포함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평판 조회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 "둘 다 필요하다는 응답"이 20%, "둘 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36%였다.

경력법관의 재개업 제한 또는 수임제한 강화 조치 필요성에는 응답자의 77.7%(802명)가 공감했다. 특히 응답자의 42.6%(439명)는 "재개업 제한과 수임제한 강화가 모두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력법관 지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불충분한 급여 등 경제적 보상'을 답한 변호사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원하지 않는 지역에서 근무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임용절차가 복잡할 것 같아서', '업무 과중' '판사직 수행에 따른 심적 부담' 등이 꼽혔다.

경력법관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경력법관 모집 방식 도입 △전형기간 단축 △지원자 규모, 합격자 수 등 관련 정보 공개 △파트타임 임용 활성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훈 협회장은 "법조일원화제도 도입 취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법조 경험을 충분히 쌓은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임용함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좋은 재판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설문조사에 나타난 회원들의 의견이 법조일원화제도에 반영돼 성공적으로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 "절반짜리 성공, 다양한 경험 지닌 법조인 부족"… '처우개선' 필요성 제기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주영(사법시험 28회)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법조일원화제도 시행 10년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법조일원화제도에 대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큰 제도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정 법조경력을 가진 법조인들이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는 부분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면서도 "법이 정하는 법조경력의 최소한만을 맞추는 등 비교적 균일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만 임용되고 있어 본래 취지인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이력을 갖춘 법조인 임용이 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업 법관제에 맞춰 법원의 조직문화와 재판 관행 등이 형성돼 온 상황에서, 법관임용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법조일원화제도가 전면 시행되었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며 "기존 고정관념을 넘어서지 못하면 법조일원화제도의 장점은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후관예우와 사건적체, 재판 지연 등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조일원화제도에 따라 임용된 법관들이 정년까지 업무를 할지, 중견법관 이후 재개업을 위해 퇴직하는지가 제도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라며 "재판연구원을 하다가 대형로펌 송무 어쏘변호사, 경력법관을 거쳐 다시 대형로펌 송무 파트너변호사로 가는 변호사가 늘어나면 후관예우에 전관예우가 겹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법조일원화제도의 문제점으로 △경력법관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관 연령이 높고 법관업무 수행경험이 부족해 업무수행 능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변호사 시절 활동과 인간관계로 인해 청렴성과 공정성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 △객관적인 법관 임용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점 △전문지식과 성품 면에서 우수한 지원자가 충분하지 않아 좋은 법관을 선발하기 어려워 장기간 공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 김주영 변호사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김주영 변호사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신유(사시 45회) 춘천지법 영월지원장은 '법원 구성원 관점에서 본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법관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조일원화제도는 이미 성장해서 완성된 기성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경력과 지위에 상응하는 처우를 보장해야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급여 및 연금, 재판연구원의 충원 등은 법원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예산이나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국회나 기획재정부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고 했다.

또 "현재 판사 수가 3000명이 넘는데 재판연구원은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법조경력이 긴 신규 판사들 같은 경우에는 재판연구원 지원이 필요한데 이런 시스템하에서는 상당기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전제가 되는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시하고 있는 현실 자체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도 "법조일원화 국가에서는 높은 수준의 법관 처우를 통해 우수한 능력과 자질의 법조경력자를 법관으로 유치한다"며 "미국 연방법원 판사들은 행정부 장관급의 연봉을 받고 있고, 영국이나 캐나다 등의 법관들, 행정부나 의회 의원들과 대비할 때 많은 보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도입 당시 국회에서도 법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현재까지 이에 대한 실질적 개선은 이어지지 못했다"며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 비해 법관의 정년도 짧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 "변시 결과 토대로 경력법관 필기 면제를… 우수지원자 증가할 것"

복잡한 임용절차도 경력법관 지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경력법관은 필기전형과 실무능력평가면접, 법조경력·인성역량 평가면접, 필요시 심층면접이나 집중심리검사 등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 이미지: 법관임용 홈페이지
△ 이미지: 법관임용 홈페이지

신권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법조일원화의 과제(발전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변호사시험 결과를 기준으로 필기전형을 일부 면제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필기전형은 법관으로서 필요한 능력 중 사건과 쟁점의 파악 능력과 법률문서 작성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역량은 로스쿨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고 그 역량에 대한 평가는 이미 로스쿨 과정 3년을 마친 변호사시험 결과에서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변호사시험 성적과 석차를 공개하라고 한 이유는 그 점수와 등수가 3년간의 로스쿨 과정에서 배운 것을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이며, 이러한 결과가 학벌이나 법조 스펙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이라며 "변호사시험 결과, 특히 소송서면을 쓰는 기록형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법률서면을 쓰는 역량에 대한 객관적 평가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필기전형 면제를 받더라도)이후 실무면접이나 경력, 인성 관련 면접에서는 필기전형을 치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임용과정을 거치게 하므로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것은 아니"라며 "이러한 변화된 제도는 로스쿨 신입생이나 재학생이 학교에서 보다 안정감을 가지고 변호사시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법관 임용 전에 필기와 구술로 판결과 같은 결론을 도출해내도록 시험공부를 하게 하는 건 법원 편의만을 고려한 생각"이라며 "판결문을 쓰는 훈련은 법관 임용 이후 신임법관 연수기간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 이태한 변호사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이태한 변호사가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이태한(사시 33회)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은 3년간 노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로 단시간 내 진행되는 필기전형보다 법적 정의인 공정과 형평에 맞다"며 "이러한 방식은 재판연구원 선발과정에서 이미 로스쿨 내 재판실무 수업 시험을 통해 그 역량이 평가된 사람들에게 필기를 면제해주고 있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법원행정처에서 공정성 문제를 고려해 그 기준과 비율에 대한 연구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며 "최근 경력법관 임용시험 지원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우수한 지원자가 보다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수봉(사시 46회) 법무부 검사는 "현재에도 필기전형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장치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개선 방안도 공감이 된다"며 "제1기 법조일원화분과위원회에서도 법조경력 7년 이상이 요구되는 단계부터는 필기시험을 폐지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당장 법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질'만을 변호사시험 성적으로 증명하고 나머지는 임용 이후 '교육'으로 채워야 한다면 40대 이상 고연령자에게는 교육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당장 처리해야 할 사건이 산적한 상황에서 단기간 내 충분한 역량을 갖춘 법관을 길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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