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 전국법원에 '노타이' 양해 공문 발송… "법정예절 지키는 선에서 간소하게"

기준없는 '단정한 복장'… 일부 판사, 악세서리나 밝은 염색까지 '과도한 지적'하기도

"법복이 주는 권위 존재, 배심원에 영향 끼칠 수 있어" 국내 변호사법복 도입 주장도

어느곳에서도 변호사의 '일하는' 모습은 한결같다. 셔츠를 목 끝까지 채운 정장에 넥타이, 그리고 갑갑한 구두가 그것이다. 변호사들은 '전투복'을 벗을 수도 없다. 30도를 웃도는 덥고 습한 날씨에도 양복을 입고 묵묵히 더위를 견디며 법정에 들어선다.

이 때문에 법정에서 '단정한 복장'을 입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일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예 '변호사 법복(法服)'을 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 땀 뻘뻘 흘려도 '풀정장' 여전… 서울변회, 재판부에 '노타이' 협조요청

판사와 검사는 법복을 입는다. 하지만 변호사 복장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법원공무원규칙에는 "공무원은 근무 중 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예규로는 방청인에 대해 "법정 안에서는 자세와 복장을 단정히 하라"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암묵적인 규칙은 있다. 법정에 출석할 때 변호사들은 대체로 감색과 검정색 등 어두운 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화려한 색깔이나 무늬가 새겨진 옷은 기피한다. 

이러한 '복장 예절'은 폭염에도 바뀌지 않는다. 매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의 요청에 따라 '노타이' 정도만 일정 기간 동안 가능하다.

△ 재킷을 벗고 법원으로 향하는 변호사의 모습과 법정 앞 대기장소에서 외투를 벗어둔 모습
△ 재킷을 벗고 법원으로 향하는 변호사의 모습과 법정 앞 대기장소에서 외투를 벗어둔 모습

한여름 법원 앞에는 재킷과 서류가방을 손에 들고 땀을 흘리며 걷는 변호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법정에 들어가기 직전에 재킷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변론이나 선고가 끝난 직후에는 넥타이를 풀어헤치거나 재킷을 벗기도 한다. 현재는 '노타이'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 변호사가 넥타이를 챙겨 다닌다.

작은 소법정 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반팔을 입은 사건 당사자들도 땀범벅이 되어 지친 기색이 만연하다. 법정 앞 대기장소는 냉방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37개 법원에 '여름철 법정 내 변호사 복장 간소화'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소속 회원들에게 이 달초 알렸다. 2013년부터 거의 매년 법원에 전달하는 메시지다.

서울변회는 "혹서기(6~8월)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법정 내에서 변론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양해 및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법정예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급적 단정하고 간소한 옷차림으로 법정 내에서 변론에 참여해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도 "변호사의 품위 유지와 신분 확인을 위해 상의에 변호사 배지를 반드시 착용하고 신분증도 꼭 지참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 명확한 기준 없는 '단정한 복장'… "불이익 우려돼 지적 따를 수밖에"

법조계에서는 '단정한 복장'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그 기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한 청년변호사는 "상담이나 재판이 있을 때는 늘 정장을 입지만 이외의 시간에는 일할 때 능률을 위해서 티셔츠 등 편한 복장으로 회사에 출근한다"며 "대기업이나 로펌 등에도 '캐주얼데이'가 도입되는 분위기인데 법정에서도 변호사 스스로 품위를 해치지 않을 정도로 단정한 복장이라면 '풀정장'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다른 변호사도 "사법 판단의 독립은 민주주의 기본으로서, 복장이 대변하는 한 개인의 사회적 지위 내지 인격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복장 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다루는 것은 오히려 사법부가 변론 외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상복, 운동화, 슬리퍼, 과도한 액세서리, 튀는 염색 등은 자칫 진술의 신빙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도 "이러한 부분은 대리인 개인의 자유로 남겨두되, 그에 따른 불이익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복장 예절'에 대해 지적하는 판사도 종종 있다. 법조계에서는 "판사마다 그 기준이 다르고 때때로 과하게 지적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 여성 변호사는 "주변에서 반짝이는 악세서리를 하지 말라고 하거나 스타킹을 꼭 신으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고 한다"며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지적이 있어도 혹시 의뢰인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머리색이 갈색인 변호사가 있었는데 염색 머리인지 확인을 하고 검은색으로 염색을 권하는 판사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넥타이를 깜박하고 하지 않으면 꼭 넥타이에 대해 지적하는 판사가 있어서 덥고 힘들어도 넥타이는 꼭 착용하려고 자동차나 사무실에 여분의 넥타이를 늘 두고 다닌다"며 "'노타이'가 가능하다고 하는 요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착용한다"고 언급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넥타이를 자주 깜박하는데 이에 관한 지적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판사에 따라 생각하는 '단정한 복장'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 변호사 '법복' 도입 주장 나와… 해외선 법복 미착용시 재판 연기하기도

변호사도 판사나 검사와 같이 '법복'을 입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 변호사 법복을 도입했지만, 1966년 대법원 규칙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그러다 2012년  서울변회에서 '변호사의 법복'을 제작하기도 했다.

△ 2012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제작했던 변호사 법복(사진: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 2012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제작했던 변호사 법복(사진: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법정에 가면 변호사는 양복을 입고 판·검사만 법복을 입고 있어서 마치 판·검사가 한 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무기대등의 원칙에 따라 재판에서 양쪽이 동등한 위치에서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데 외양에서부터 대등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변호사도 "적어도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변호사도 법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하되 법복을 입을지 자유로운 복장을 할지에 대한 판단은 변호사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판사와 검사는 법복을 입는 데 반해 변호인은 정장을 입고 변론을 할 경우, 배심원들은 유의미한 차이를 느끼게 되고 법복이 주는 권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에게 시각적으로 변호사의 신뢰성을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재판부는 변호사가 어떤 복장을 택하는지에 유의미한 차이를 둬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베트남에서는 성별에 관계 없이 동일한 변호사 법복을 입는다
△ 베트남에서는 성별에 관계 없이 동일한 변호사 법복을 입는다

해외에서는 변호사가 법복 또는 통일된 정장을 입는 사례가 많다.  

김원근(사법시험 30회) 미국 버지니아·메릴랜드·워싱턴 D.C. 변호사는 "일반인이나 배심원과는 달리 변호사는 사전에 공지가 없더라도 정장을 갖춰입어야 한다"며 "엄격한 판사는 일반인도 법원 게시판 등에 공지된 드레스 코드를 지키지 않으면 법정모독죄(Contempt of court)로 처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방법원에 정장을 입었지만 넥타이를 하지 않은 차림으로 갔을 때 판사가 이를 지적한 적이 있다"며 "이러한 경우 판사가 'Court Contempt Power'로 변호사를 징계할 수도 있다"며 고 했다.

박완기 홍콩 리버티 체임버스 법정변호사는 "홍콩은 비공개 심리를 진행할 때는 법정변호사가 넥타이와 조끼, 재킷을 모두 갖춘 어두운 색의 양복을 입고, 공개재판에서는 하얀 가발을 쓰고 법복을 입는다"며 "만약 공개재판인데 법복 등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법정에 있으면 판사가 재판을 하러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장 색깔은 어두운 색밖에 입을 수 없지만 넥타이나 셔츠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언급했다.

부이 비엣 안 베트남 변호사는 "베트남에서는 변호사 복장이 별도로 정해져있어서 그 복장을 입지 않으면 법정에 들어갈 수 없다"며 "법복을 입지 않고 오면 재판을 중단하고 변호사를 끌어내 복장을 제대로 입을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정대용 인도 뉴델리 변호사는 "인도에서는 인도변호사협회(Bar Council of India)에서 변호사 법복을 규정하고 있다"며 "만약 변호사가 판사 앞에서 규정에 맞지 않는 복장을 입고 있으면 판사가 재판을 연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당시 온라인 재판이 늘었는데 이때도 법복을 갖추지 않으면 재판을 연기시키는 판사도 있었다"며 "다만 더운 여름에는 변호사 법복 중 코트 착용은 면제된다"고 설명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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