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백 변호사
박종백 변호사

최근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내지 블록체인 토큰에 관한 법제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과 분산원장 기반으로 발행되고, 전자적으로 이전가능한 모든 전자적 증표를 통칭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안은 4월 25일 정무위원회 의결을 통과한지 2개월 여만인 6월 30일 국회본회의에서 의결되어 제정되었다. 2017년 말 비트코인등 암호자산의 가격이 급등한 이래로 가상자산에 관한 전반적 규제와 법을 한국에서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었음에도 5여 년간 아무런 입법을 못한 점에 비추면 매우 전격적이다.

위 법안은 가상자산의 폭락이나 사업자의 잘못으로 인한 시장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이용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사항을 규정한 의미가 크다. 사업자는 고객의 예탁금을 별도로 예치, 신탁하고, 사고에 대비한 보험을 가입하고, 고객의 가상자산과 사업자의 가상자산을 분리보관해야 한다. 사업자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활용할 수 없고,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등 불공정거래가 금지한다. 이런 의무를 위반할 시에 과태료처분, 형사처벌, 손해배상청구 등이 가능하다.

올해 2월에는 금융위원회가 소위 증권형 토큰의 발행·유통(STO)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발표하였다.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모든 종류의 증권은 실물 또는 전자증권법(주식·사채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하는 형태로만 발행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증권을 토큰으로 발행하는 것을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의 개정을 통해 허용하기로 했다. 토큰은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방식으로 발행과 유통 거래기록을 분산원장에 저장한 증표다. STO법제화에 있어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앞선 행보라 할 수 있다. 지난 주에 금융위원회가 위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반영한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까지 마련해서 국회로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았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에 대한 전반적 규제를 하지 못하고 빠른 입법을 위해 우선 이용자보호와 불공정거래에만 초점을 맞추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신고, 등록 등을 인정하고 토큰 발행에 대해 규율하는 내용과 산업진흥방안 등은 빠져있다. STO가이드라인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배제함으로써, 혁신의 효과, 즉 중개자를 없애고 거래비용의 절감, 거래시간의 단축, 투자자의 저변확대 등을 실질적으로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구체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 가상자산이 전체 금융자산의 1%인 약 3000조에 달한 정도로 양적 규모가 크고, 가상자산은 컴퓨터네트워크에 연결만 되어 있으면 전세계적으로 이전될 수 있는 글로벌한 성격을 갖고 있는데, 다른 국가들도 다양하게 제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EU가 올해 5월에 암호자산(가상자산이라는 용어대신 사용)에 대한 전반적 규제를 담은 MiCA규정을 제정하였다. 독일은 2021년에 전자 유가증권 도입법을 제정하여 중앙화된 유가증권 등록기관과 별도로 암호증권등록부를 허용하여, 올해 2월에 지멘스 AG가 6000만 유로의 회사채를 토큰형태로 발행하는 법적 기초를 마련했다. 미국은 올해들어 SEC(증권거래위원회)가 퍼블릭블록체인인 솔라나, 폴리곤, 폴가닷에서 발행하는 토큰을 상장한 코인베이스 거래소까지 인가없는 증권의 중개등을 이유로 증권법 위반혐의로 기소하였지만, 미국의 투자자와 벤처캐피탈, 사업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결국 유럽,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몰아내게 된다는 비판이 매우 뜨겁고, 더 명확한 규제와 법령을 제정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이미 자금결제법에서 비증권형 암호자산의 매매, 교환업을 위한 등록절차와 업자의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금융상품거래법에서 증권형 암호자산을 인정한 데 이어, 올해 스테이블 코인도 허용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두바이는 자상자산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주목하여 2022년에 가상자산규제법을 공포하고, 올해 1월 가상자산규제기관인 VARA가 ‘가상자산사업체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시행규정’을 발표하였다.

왜 이렇게 많은 국가들이 증권형 토큰을 포함한 토큰 전반에 대해 규제를 하고 일부 법령을 정비하는 것일까? 테라와 루나의 붕괴로 인한 약 50조 원 자산의 증발, 세계 2위까지 성장한 FTX거래소의 가격조작등 불법으로 인한 파산을 보면 금지와 억제조치만 취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은 제도화 작업에 두 가지 목적을 밝힌다. 첫째 투기와 사기 등의 불법행위를 통제하고 제한하는 것이고, 둘째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가져올 혁신의 효과를 앞서서 취하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자산이 토큰화된다’는 전망아래 2030년까지 새로 토큰화될 자산의 규모가 약 2경 원정도라는 예측도 있다.

한국도 제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근절만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확대될 자산의 토큰화와 토큰경제에서 뒤처질 수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해 어떤 법과 규제를 만들지도 포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글로벌 토큰 생태계에서 한국은 여전히 주목받는 국가이고 MZ세대에게는 토큰경제가 신산업을 일으킬 기회가 될 수 있음도 잊지 않아야겠다.

/박종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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