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변호사
김예지 변호사

최근 오션게이트(Ocean Gate Expedition)라는 민간 타이타닉호 탐사 잠수정에서 발생한 참사가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문제가 된 잠수정이 잠수 후에 신호 수신이 중단되어 탑승객들의 구조 가능성이 문제가 되었지만 결국 심해 압력으로 발생한 내파 사고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잠수정의 안전 장치가 얼마나 미비했는지, 이런 사고가 수년전부터 각종 전문가들과 관계자들로부터 예견되어졌다는 점에서 또 한번의 충격을 주었다.

흥미롭고 즐거웠어야 할 관광 목적의 탐험이 전원 사망이라는 참사로 이어진 데에는 역시나 규제와 기준에 대한 경멸이 있었다. 이번 사고로 함께 사망한 오션게이트의 CEO 스톡턴 러시는 수년전부터 우려를 표명한 각종 해양기술 전문가들에게 “업계 표준과 규제가 혁신을 목조른다(industry standards were stifling innov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규제와 기준을 따르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미국의 해양경비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국제수역에 잠수정들을 배치하였고, 외부 감사나 제3자 전문기관 조사를 받지 않는 이유로 자신들의 기술이 지나치게 혁신적이어서 제3자가 감사나 조사에 착수하려면 수년이 걸린다는 핑계를 대었다.

혁신과 성장이 절실한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와 기준들이 사업을 방해하는 방해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회사에 규제와 기준이 어떤 역할을 하고, 이를 경시할 때 어떤 결과와 책임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 오션게이트의 불행은 그 기능의 상실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 안전 문제를 주장하던 직원에 대해 오션게이트는 해고와 소송으로 대처했다.

사내변호사는 혁신과 규제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한다. 사내변호사가 속한 법무팀은 사내 ‘지원 부서’ 중 하나로 불린다. 그렇다면 회사와 조직이 혁신과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규제 준수와 안전까지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답을 깨닫고 나서 일이 조금 수월해진다고 느꼈다. 사내변호사는 ‘안전’과 ‘규제 준수’만을 완고하게 고집하는 게 아니다. 회사가 처한 위험을 파악해서 적극적으로 알려서 회사가 안전 방안을 탐색할 수 있도록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사내변호사의 일이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은 늘 그렇듯이 소통과 조율일 것이다.

사실 사내변호사가 두마리 토끼 중 하나를 포기한다고 하여 당장 오션게이트와 같은 사고가 터지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지원 부서의 노고는 성과와 수익, 혁신과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흙탕물이 가라앉으면 맑은 물 속이 보이듯이, 큰 사고가 나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료해진다. 사내변호사는 맑은 물 속에 존재하는 중요한 것을 통찰해야 한다. 지난 35년간 민간 상업 잠수정 사고는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해 잠수를 규율하는 규제들이 많은 덕분이다. 혁신과 성장이 지고한 가치가 된 세상이지만 바다 위 존재하는 모든 모험은 닻이 있기에 가능하고, 사내변호사는 닻을 든 지원군이라는 사실을 새삼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요즈음이다.

/김예지 변호사
한국오라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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