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김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한국 법인 A사는 B사와 냉각기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피고와의 운송계약에 의거하여 피고가 지정한 현지 운송인 C사에 운송을 의뢰하였다. 화물은 2013년 12월 1일 도착지에 도착해 2023년 12월 4일 수하인 A사에게 인도되었으나, 인도 당시 화물은 해상운송 중 악천후로 손상된 상태였다. A는 인도일부터 1년이 지난 2014년 12월 15일 피고에게 “보험처리가 완결되지 않아 구상시효 연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연장을 요청했고, 피고는 2014년 12월 18일 시효를 2015년까지 연장하는데 동의했다.

원고는 화물에 관한 적하보험자로서 2015년 8월 26일 피보험자 A에게 적하보험금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A의 권리를 대위해 2015년 12월 28일 피고에게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으나, 2심법원은 ①제척기간이 지나면 운송인의 채무는 확정적으로 소멸하며 그 이후에 당사자들이 제소기간 연장 합의를 하더라도 이미 소멸한 권리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②이 사건 소는 제소기간이 지난 후에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 ③피고가 화물 인도일부터 1년이 지난 뒤에 제소기간 연장에 동의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그러나 대법원 (대판 2022. 6. 9. 2017다247848)은 제척기간이 지난 뒤 기간 경과의 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기간이 지난 사실을 알면서도 기간 경과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그 의사를 존중했다. 즉 소멸시효 완성 후 이익의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를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 경과로 인한 권리소멸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았다.

상법 제814조의 제척기간 (인도일부터 1년)은 청구권에 관한 것으로서, 권리가 행사되지 않은 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는 점에서 소멸시효와 비슷하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시효 완성으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

제척기간의 취지와 권리의 성질에 비추어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기간 경과로 인한 이익 포기를 허용해도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민법을 유추적용하여 당사자에게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상법은 운송인의 송하인에 대한 채권 채무의 행사기간을 1년의 제소기간으로 정하면서 이 기간을 당사자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게 한다. 해사 분쟁 협의에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당사자들이 기간 연장을 합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제척기간은 일반적으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려는 것이 취지이나,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성은 개별 법률의 제척기간마다 다르다.

원고는 수하인의 화물 수령으로부터 1년이 지난 뒤에 피고에게 기간 연장을 요청하였고 피고가 이에 동의하였다. 업계에서는 이를 타임바 연장이라 부르며 광범위하게 행하여지는 실무 관행이다. 대법원이 이를 정당하다고 한 것은 타당하다.

/김현 대한변협 등록 해상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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