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이제 어엿한 가족의 구성원입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한 민법 개정안이 통과돼 동물이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3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 공청회" 참석자의 말이다. 이날 논의된 법안은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인들과 국회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동물권'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 명에 달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많은 가정이 동물을 '가족'으로 표현한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바뀐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동물은 단순히 귀여움을 받는 존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희로애락과 마음을 함께 하는 생의 동반자 반열에 올랐다. 반려동물 산업도 덩달아 발전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미용실과 카페, 장례식장도 성황을 이룬다.  

하지만 법적으로 동물은 여전히 '물건'에 해당한다. 민법 제98조는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이혼사건에서도 동물은 양육 대상이 아닌 재산으로 취급되며 상속 시에도 마찬가지다. 생명을 가졌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사물(事物)의 범주를 넘지 못하는 셈이다. 비록 동물 사망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대부분의 판례가 동물의 '구매비용'에 한정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그동안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으로 민법을 비롯해 관계 법령을 개정하자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무부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2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지난 4월 4일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마침내 합의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함흥차사다.

법은 시대 정신과 의식의 변화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이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생명을 가진 동물에게 물건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고유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단계에 다다랐다. 하루 빨리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제반 법령도 이러한 기준에 맞춰 개선되는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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