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동물복지국회포럼·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3일 '민법 개정안 공청회' 개최

"판례에선 이미 반려동물과 물건 구별"… 독일, 1990년 민법에 동물보호법 사상 도입

"민법 개정시 새로운 소송물 유형 발생… 변호사, '동물 복지의 대변자' 역할 맡을 것"

박주연 변호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개정안 공청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박주연 변호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개정안 공청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동물과 물건의 법적 지위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생명체로서의 고유한 법적 지위를 부여해 동물 이익을 보다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동물복지국회포럼(박홍근·한정애·이헌승 의원),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대표 서국화)과 함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개정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박주연(사법시험 51회) PNR 이사는 '민법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이사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94.3%는 '동물과 물건의 법적 지위를 구분해야 한다'고 응답한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명시한 민법을 4월 중 처리하겠다고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보호법이 동물을 학대하여 죽이는 경우 최대 징역 3년까지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상 처벌되는 사례는 굉장히 적다"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사건에서는 절반 정도가 불기소처분을 받았고, 2.9%만 재판에 넘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이 있어도 처벌이 약하고 동물 유기가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동물을 여전히 소유물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동물과 물건을 구분해 별도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면 법적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이사는 동물학대 사례를 토대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민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폭염 속에서 동물이 차 안에 갇혀있을 때 제3자가 구호를 하면 민법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 대상이 되고, 형사법상으로는 재물손괴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동물 보호를 하는 데 민법이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긴다면 민법에 규정된 '긴급피난'을 근거로 동물을 구조해 다른 사람의 재산을 손괴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이미 실제로 많은 법원 판결이 반려동물을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 보고 물건과 구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물건에는 적용하지 않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 등을 반려동물에 대해 인정하는 법원의 태도와 민법 규정을 일치시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며 "이러한 규정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고 살아있는 생명체로 존중하자는 데 사회구성원이 합의하고 약속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독일은 1990년 8월 20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특별법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민법 조항(90a)을 신설했다(Tiere sind keine Sachen. Sie werden durch besondere Gesetze geschützt. Auf sie sind die für Sachen geltenden Vorschriften entsprechend anzuwenden, soweit nicht etwas anderes bestimmt ist.). 

물건과 동물에 형식적으로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동물은 고통을 느끼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동물보호법 사상을 민법에서도 표현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청회에서는 민법이 개정되면 동물의 법적 지위가 개선될 뿐 아니라 동물보호와 관련해 변호사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소혜림(변호사시험 7회) 법무법인 해성 변호사는 "현행 법제 내에서는 부부가 이혼을 하면 반려동물도 다른 재산과 동일하게 재산분할 대상으로 보지만 동물이 양육대상이 되면 반려동물의 양육권과 양육비라는 새로운 유형의 소송물이 창설된다"며 "이처럼 반려동물 양육권 분쟁이 등장하면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로 반려동물 분배를 판단하던 기존과 달리 자녀 양육권 소송과 유사하게 동물복지를 위한 다양한 요소가 결정에 면밀히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생률은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는 반면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니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권 소송이 자녀 양육권 소송 수요를 상당부분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절차 진행에서는 변호사가 '반려동물 복지의 대변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형사사건에서도 피해 동물은 재산죄의 객체가 아니라 새로운 범죄 피해자의 지위를 갖게 될 수 있게 된다"며 "앞으로는 공익의 대변자로서 인권을 수호해왔던 기존 역할에 더해 동물의 권리 수호 또한 변호사의 당연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는 법 제도 설계부터 실행 단계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형사, 민사, 가사 등 사안에서 동물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주현(변시 3회)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변호사는 "동물보호법상 학대를 받은 동물이 소유자에게 적정하게 치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5일 이상 소유자로부터 격리조치하도록 한다"면서도 "격리기간이 끝난 후 조치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소유자가 보호비용을 납부하고 동물을 데려간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동물학대자에 대한 사육금지 처분이 20개 주에서는 의무적으로, 20개 주에서는 판사 재량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민법상 소유권이 가장 기본적인 권리고, 이런 소유권을 제한하는 건 중대한 문제라는 취지로 동물 사육 금지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물은 학대 당했을 때도 이를 사람이 발견하고 고발조치를 해줘야만 가해자에게 응당한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며 "동물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어 그들의 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법적 전문가가 학대 당한 동물의 이익을 주장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6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는 개와 고양이 학대 사건에서 '정의의 이익을 옹호할 법적 전문가'를 임명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일명 '데스몬드법(Desmond’s Law)'을 통과시켰다. 독일에서도 일정 단체에 동물 보호를 목적으로 한 행정소송과 정보 요구 등을 가능하게 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취리히 칸톤 주(州)에서 동물 변호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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