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삼종경기' 즐기는 이승태 변호사 인터뷰

운동 배워본 적 없는 변호사, 40대 후반에 트라이애슬론 시작

"손끝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수영"… '두려움 극복' 첫 대회 완주

점심 수영, 자전거 퇴근, 주말엔 달리기... "일상이 트라이애슬론"

"일과의 단절이 필요할 땐 운동을… 체력 강화로 업무량 증대"

"변호사 일과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은 '인생의 축소판'입니다. 막막했던 청년기를 지나, '이 페이스대로 가면 뭔가 성취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는 장년기에 이릅니다. 이제 결승선을 통과하며 그간의 과정에 대한 평가를 받는 노년기가 남아있네요. 끈기와 책임감, 그리고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헤쳐나가야 합니다. 홀로 오롯이 이겨내야 하는 싸움입니다."

7년 넘게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을 즐기는 이승태(사법시험 40회)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의 말이다. 유쾌한 표정 너머 반짝이는 옹골진 눈빛에서 강인한 스포츠인의 얼이 묻어난다.   

트라이애슬론은 올림픽 코스 기준 수영(1.5km), 바이크(40km), 달리기(10km)를 연이어 치르는 경기다. 하프코스는 수영 1.9km, 바이크 90km, 달리기 21km로, 킹코스는 수영 3.8km, 바이크 180km, 달리기 42km로 구성된다. 어느 종목보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철인삼종경기'로 불린다. 

'스포츠 마니아' 기질이 다분해 보이지만, 그는 학교 다닐 때 운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학창시절 한 운동이라고는 '공놀이' 수준의 축구뿐이다. 이 변호사 스스로도 운동을 잘한다고 여긴 적은 없다. 다만 "체력은 남들에 비해 자신이 있다"고 늘 생각했다고 한다.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 건 2016년. 40대 후반에 접어들었을 무렵이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트라이애슬론 참여를 권유해 수영을 배웠다. 얼마 뒤 서울 난지도에서 열린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삼종대회'에 출전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연습을 시작했지만, 막상 대회 전날이 되자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특히 너비가 1.5km 가량 되는 한강을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경기를 하는 내내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완주에 성공했다. 그 뒤로는 자신감이 생겼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때와 한강에서 수영을 할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릅니다. 발이 땅에 닿지도 않고, 물 속에서는 손 끝도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부유물 가득한 강 속에서 호흡도 잘 안 되다 보니 마음 속 깊은 데서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그럴 때 과호흡이 오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능력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그렇다고 DNF(Did Not Finished; 완주하지 못함)를 자주 하게 되면 자신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두려움이 생길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세를 견고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이 변호사에게 트라이애슬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이 됐다. 자전거를 타고 법정에 가고, 점심 시간에는 틈틈이 수영을 한다. 가끔은 12km 거리의 퇴근길을 자전거로 이동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10km 마라톤을 뛴다.

△ 각종 감사장과 위촉장 사이에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상패(좌측 상단)와 아들이 만들어준 프라모델(우측 상단)이 자리잡고 있다
△ 각종 감사장과 위촉장 사이에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상패(좌측 상단)와 아들이 만들어준 프라모델(우측 상단)이 자리잡고 있다

처음 치른 대회에서는 올림픽 코스 완주에 3시간 가량이 걸렸지만, 이제는 2시간 18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꾸준한 훈련 덕분이다. 최근에는 국제 대회에도 참가해 기량을 뽐내기도 했다. 2023 미추홀 듀애슬론 에이지 3위, 2023 충주 탄금호대회 에이지 3위, 고성 아이언맨 70.3 에이지 2위 등 올해 상반기에만 3개의 상을 수상했다.

이 변호사는 "대회에서 1등을 하는게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저 살아가는 동안 계속 즐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실제 트라이애슬론 대회에는 40~50대 중장년층이 20~30대 청년보다 많다. 그가 속한 '단대부고 철인 동호회'에도 트라이애슬론을 즐기는 40~50대 동문이 25명 가량 포진해 있다.

"1등을 하느냐, 2등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목표를 1등으로 세우는 날, 그걸 달성하지 못하면 경기는 '오늘의 즐거움'이 아니라 '패배'가 됩니다. 남보다 앞서야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꿋꿋하게 '철인'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쉼 없이 끝까지 해내겠습니다."

트라이애슬론을 향한 애정은 직접 경기를 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한철인3종협회 부회장으로서 스포츠 윤리의식 제고와 철인 선수 양성, 전국체전 개최 등의 업무에도 힘쓰고 있다.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는 종종 사망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경기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들의 안전과 스포츠 인권에 대한 규정을 만들고,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스포츠계에는 '선수를 강하게 키운다'는 미명 하에 아직도 많은 악습이 남아있습니다. 인권 침해나 안전 사고가 나오지 않도록 선수들의 윤리의식을 제고하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 이승태 변호사가 '에이지 2위'를 기록한 고성 아이언맨 70.3 대회에서 달리기를 하는 모습(사진: 이승태 변호사 제공)
△ 이승태 변호사가 '에이지 2위'를 기록한 고성 아이언맨 70.3 대회에서 달리기를 하는 모습(사진: 이승태 변호사 제공)

이 변호사는 동료 변호사들에게도 트라이애슬론 취미를 가질 것을 권한다. 업무 전반에 걸쳐 스트레스가 높은 직군인 만큼, 마음을 풀어주는 운동이 필수라고 했다. 

"변호사에게 중요한 건 체력과 스트레스 관리입니다. 운동을 할 때만큼은 잡념이 생기지 않고, 성취감은 커집니다. 저는 업무와 단절이 필요할 때 운동을 합니다. 마음이 자유로워지면서 스트레스가 사라집니다.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하고 나서는 업무 처리량도 크게 늘었고, 더 기분 좋게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운동을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생활'로 여기며 참여하시기를 권합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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