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정 해수욕장법 시행… 20일 국무회의서 철거가능 물품 등 지정

'알박기 텐트' 불만 확산, 텐트난도질 사건까지 발생… "시민 의식 필요"

전남 보성군 무단 장기방치텐트 철거 예고… 제주시, 해수욕장 유료화

법조계 "알박기 카라반 등장 우려… 행정력 부족으로 단속 어려움 예상"

사진: 보성군 제공
사진: 보성군 제공

28일부터 해수욕장에 야영용품이나 취사용품 등을 무단으로 설치하거나 방치하면 관리청이 곧바로 철거할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된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수욕장법)’에 따른 조치다. 다만 행정력 부족 등으로 실효적인 단속이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해수욕장관리청이 직접 제거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와 보관 및 처리 방법 등 법률 위임사항을 정했다. 관리청은 해수욕장이 소재한 지역을 관할하는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다.

7~8월 여름 휴가 성수기가 다가오면 '알박기 텐트'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른바 '명당' 자리에 개인 텐트와 야외용품을 가져다 놓고 몇달간 자리를 독점하는 '얌체족'들이 주민들과 다른 행락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전북 청도군 운문댐 부근 무료캠핑장에서 설치된 알박기 텐트를 누군가 칼로 난도질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 숙박족은 찢긴 부위를 수선해가면서 끝까지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욕장에서도 이같은 얌체족들과 다른 피서객 사이의 다툼과 분쟁이 늘 끊이지 않았다. 

기존에도 해수욕장법은 지정장소 외의 야영 및 취사와 물건 방치 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원상회복 명령 △행정대집행 등의 행정 조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치 물품 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렵고, 행정대집행을 할 경우 통상 1~6개월 정도 소요됐기 때문에 신속한 처리가 어려웠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두어달 남짓한 해수욕장 성수기를 고려하면 실효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한 30대 남성은 "자연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서 평소에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서 노지(露地)캠핑을 자주 한다"며 "노지캠핑 끝난 후 사람이 오지 않았던 것처럼 잘 치우는 건 기본인데 '알박기 텐트' 때문에 캠퍼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알박기 텐트'가 몰려있는 '캠퍼들의 성지'에 있는 텐트들이 바로 철거가 이뤄질지는 모르겠다"며 "철거도 좋지만 그 이전에 사람들에게 캠핑 매너에 대한 교육을 하는 방안도 모색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남에서 근무하는 이선민 씨는 "그간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이기적인 '알박기 텐트'도 사유물이라는 이유로 지자체 등에서 철거를 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개정이 이뤄져서 다행"이라면서도 "실제로 지자체에서 당사자의 항의 등을 겪으면서까지 철거를 하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해수욕장법 개정을 기다렸다는듯 발빠르게 후속 조치에 나섰다.

전남 보성군(군수 김철우)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알박기 텐트'의 강제철거를 예고했다. 보성군 관계자는 "7월 8일 율포솔밭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편의시설 정비와 안전 장비 점검 등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모두가 즐거운 율포솔밭해수욕장과 다른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협조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알박기 텐트'가 기승을 부리던 해수욕장을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한 곳도 생겼다. 제주시(시장 강병삼)는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을 유료로 운영한다고 20일 밝혔다. 유료 전환 기간 1박당 야영장 요금은 소형 2만원, 대형 3만원으로 잠정 결정된 상태다.

제주시 관계자는 "해양수산부가 해수욕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고시하면 이를 토대로 장기 방치 텐트를 철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해수욕장법 개정에 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알박기 캠핑카' 등 기존 규제를 우회·잠탈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주혜 의원실 선임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최원혁(변호사시험 9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일부 지자체는 벌써부터 시행일에 맞춰 단속을 계획하고 있어 불법 텐트나 방치물들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휴가철을 맞아 쾌적한 자연 휴식 공간이 국민에게 제공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영주차장이나 사유지 등 해수욕장이 아닌 구역에서는 해당 법률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추가 개정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이와 더불어 알박기 캠핑카나 카라반은 자동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무료 개방된 주차장에 장기 방치 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봐야 한다"고 했다.

경찰대 출신 윤형동(변시 10회) 캡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해수욕장 민원객들의 민원에 관할 공무원들이 적극 대처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캠핑객들의 수가 많은 현실에서 관할 지자체의 행정력, 캠핑으로 인한 해수욕장 인근 상인 등의 매출 등을 고려할 때 해수욕장의 이용 관리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의 불법텐트 취사행위 등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은 어려워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 인기가 많은 해수욕장의 경우 단속을 피해 '해수욕장 백사장 주변 지역'에서 장기간 야영, 취사 등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률 개정을 통해 해수욕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최근 늘어난 캠핑객들이 해수욕장에서 캠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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