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근 변호사
박우근 변호사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20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최근의 관심은 그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교원에 대한 지나친 아동학대 신고 남발로 인해 교권이 위축되고 있다는 교육계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예고되었다. ‘면책권’이라는 표현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지만, 그 내용은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 제2항을 다음과 같이 신설하는 것이다. “제1항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부터 제6호까지에 의한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 내지 제6호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금지행위를 한 자는 동법 제71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대상이 된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위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하여 입법예고 기간 동안 2만 건 이상의 의견이 접수되었고 그 대다수가 찬성 의견이었으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환영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교육계는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반면 교원에게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9개 학부모 단체가 위 일부개정법률안을 규탄하는 등 반대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처럼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지만, 찬반을 논하기에 앞서 위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 자체를 먼저 정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 내지 제6호의 금지행위는 범죄행위이며, 과실범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당연히 고의가 있어야 처벌대상이 된다. 따라서 위 일부개정법률안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은 있으나 마나 한 문구다. 또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라고 인정될 수 있는 행위라면 위 일부개정법률안이 없어도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의 법리에 따라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위 일부개정법률안은 형법 해석상 당연한 결론을 반복해서 말한 것에 불과하다.

아동학대 신고 남발로 교권이 위축된다는 성토가 나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 아동학대인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교원이 어떠한 행위를 했을 때 그것이 정당한 생활지도인지, 아니면 아동학대인지에 대해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고 생각하고 한 행위도 학부모가 보기에는 충분히 아동학대로 비칠 수 있다. 무엇이 아동학대인지가 모호해 교원과 학부모의 갈등이 조장되고 있는 셈인데,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규정인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 내지 제6호에 있다.

형벌법규는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그런데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 내지 제6호가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정서적 학대행위에 관한 제5호는 세 차례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었다. 세 차례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비판의 여지는 있다. 과연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는 문언만 보고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가?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규정이 모호한 이상, 아동학대를 둘러싸고 교원과 학부모의 갈등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아동학대 예방과 교권 보호 양쪽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다. 한쪽에서는 사명감을 갖고 학생을 바른길로 지도한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정말로 처벌받아야 할, 학생을 상대로 폭행과 폭언 등을 일삼은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였다는 이유로 무혐의로 풀려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법률에 추가한다고 해도, 무엇이 정당한 생활지도인지가 여전히 모호하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아동학대의 진정한 예방과 교권의 보호를 위해 법률을 개정한다면, 정말 재정비가 필요한 것은 아동복지법 제17조다. 어떤 행위가 아동학대로 처벌될 수 있는지 누구나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구체적인 처벌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처벌규정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아동학대인지, 어떤 행위를 아동에게 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박우근 변호사
법무법인 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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