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 변호사
도진수 변호사

‘막변’은 과거 공직 경력 없이 막바로 개업한 변호사를 얕잡는 말이었다고 한다. 유래를 알면서도, 개업 초기 의뢰인께 딱히 말씀드릴 경력이 없어서 스스로 ‘막변’이라 소개했다. 솔직해 보였는지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요즘은 지명을 붙여 ‘서초동 막변’이라 소개한다.

짧은 기간 회사에 다닌 적이 있는데, 조직 생활이 몸에 안 맞는 옷처럼 갑갑했다. 그 덕분에 변호사로서의 진로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개업할 것이니 시험 합격 발표 전부터 사무직원으로 일하면서 실무를 익혔다.

그래도 변호사 시장에 그냥 던져진다는 건 불확실하고 불안했다. 문득 선배님들의 과거 호시절은 경험해 보지 못했고 경험하지도 못할 건데, 더 고민해 봐야 좋을 게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길로 지금도 함께 하는 형님들을 찾아 빈방을 달라했다. 그렇게 특별한 준비 없이 개업을 해버렸다.

장학금 받은 셈 치고, 반년 정도 착수금 대부분을 실무 책과 협회 전문연수비용으로 썼다. 그리고 작은 사건이라도 유별나게 했다. 아무 경력이 없는 초짜 변호사에게 기회를 준 의뢰인께 마음의 빚이 있었고, 광고비가 워낙 비싸니 ‘의뢰인 소개’로 사건을 유치한다는 속셈이었다.

의뢰인 사이에서, 이전 사건 어깨너머로 배운 현장 은어를 사용하니 ‘노가다 변호사’로, 입버릇처럼 쓰던 말 때문에 ‘마른오징어 짜는 변호사’로 불렸다. 몇 해 지나니 정말 ‘막변’이 되어버렸지만, 그 덕에 사건이 늘어 비교적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지인 변호사님들께 자주 개업 문의를 받는다. 사실 이런 문의들 덕분에 이 글을 쓰게 됐다. 나는, 책임질 수는 없지만, 이왕 마음먹은바 일단 저질러보라고 답한다. 개업은 완성된 변호사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변호사로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내가 이룬 것은 아니지만, 어떤 변호사든 진심으로 의뢰인을 대하고 ‘막변’ 정신과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언젠가는 마침내 완성된 변호사도, 최고의 변호사도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단 하면 된다.

/도진수 변호사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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