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14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 제출… "국가채권 보전 위한 소송제기"

북한 상대 손해배상소송 승소후 집행사례 드물어… "언젠가 집행하겠다"

"불법행위에 대한 소송제기 자체에 의미"… 외교적 해결방안 모색의견도

3년 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최초의 소송이다.

통일부(장관 권영세)는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북한을 상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법률적으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상호존중과 신뢰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16일 완성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덧붙였다.


● 개소 1주년 3개월 앞두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447억원 손해"

우리나라 정부가 추산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한 손해액은 총 447억 원이다. 연락사무소 약 102억 5000만 원과 인근 종합지원센터 약 344억 5000만 원을 더한 값이다.

2018년 9월 14일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모습(사진: 통일부 제공)
2018년 9월 14일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모습(사진: 통일부 제공)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20년 6월 16일 폭파됐다. 2018년 9월 사무소를 개소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앞서 6월 9일 북한 측은 남북연락채널을 모두 폐기하고, 13일 "북남공동련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은 16일 폭탄을 이용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했다.

당시 서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은 남북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며 "일방적 통신 차단에 이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고 비판했다.

당시에도 손해배상 청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북한이탈주민 출신 태영호 의원은 6월 18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북한에 우리 정부·기업 재산에 대해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의 입법화 방안을 의뢰했다. 법안의뢰서에는 "북한에 상징적인 경고를 주고, 법안 성안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북한이 법적으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홍문표 의원은 같은달 22일 국내외에 있는 국유재산을 고의로 훼손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국유재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미래통합당은 같은달 17일 국회 의안과에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행위 규탄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 "승소해도 강제집행 가능성 희박"…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위한 필요조치"

그간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승소하더라도 손해배상금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

과거 서울중앙지법에서 탈북한 국군포로 2명에 대한 북한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실제 집행은 되지 못했다(2016가단5235506). 이에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상대로 추심금 청구소송을 추가로 제기했지만(2020가단154367), 서울동부지법은 "북한이 비법인사단이라고 하더라도, 북한 저작권사무국을 북한 저작물 사용계약에 따른 모든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 볼 수 없고, 피고가 이 사건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피압류채권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다른 서울중앙지법 판결(2020가단5256869)에서도 제2연평해전 전사자 등에 대한 북한의 손해배상책임을 물어 "유족 등에게 각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지만 집행을 강제할 수 없었다.

다만 해외에서는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한 후 손해배상금을 받은 사례도 있다.

워싱턴 D.C.연방지방법원은 2018년 12월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해 북한이 5억 113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북한은 판결문을 돌려보냈지만, 재판부는 북한 측이 우편물에 대한 수신과 서명을 한 점을 들어 '판결문 이행 요청서(Motion to Enforce Judgement)'를 2019년 4월 승인했다. 

이후 웜비어 유족은 소송을 통해 미국에 있는 북한의 자산을 파악했으며,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선박의 매각 대금 일부 등을 피해배상금으로 받았다.

권 장관은 16일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에서 "액수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 외에 승소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채권이 소멸시효로 없어지지 않게 확보해두고 언젠가 집행을 하겠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채권을 확보하려면 승소 판결을 바탕으로 북한의 재산을 강제집행 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승소판결을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북한의 잘못된 태도를 용인하는 것"이라며 "당장은 북한도 불쾌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한 단계를 넘어서 본다면 남북 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대화를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라며 고 강조했다.


● "강경대응 의지표명 큰 의의"… "외교적으로 다퉈야 할 문제"

법조계에서는 북한을 대상으로 한 소송제기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효성이 떨어지더라도 "북한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취지다.

사단법인 북한인권 대표를 맡고 있는 김태훈(사법시험 15회) 변호사는 "여태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불법행위에도 대응하지 않고 침묵해 왔다"며 "이번에 이러한 소송을 제기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귀환 국군포로들이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실제로 집행을 하지 못한 것처럼 (이번에 승소하더라도)실제로 집행방법이 거의 없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법에 의해 책임을 물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남북 회담 등에서 하나의 무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동양(군법무관임용시험 6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북한에 송달하는 문제나 피해액 감정, 강제집행 방법 등 여러 법률적인 애로사항이 있어서 실제로 통상의 소송처럼 집행이 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북한이 협박을 하거나 해코지를 한다면 (우리 정부도)할 수 있는 조치는 한다'는 점을 우리 정부와 북한에게도 보여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도 이러한 소송은 부담이 될 수 있으니 판결까지 장기간 소요될 가능성이 있지만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이 소송을 기점으로)개성공단이나 금강산지구의 우리 소유 설비를 무단으로 철거하는 등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조심하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법적인 조치가 아니라 외교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재훈(사시 43회) 법무법인 루츠 변호사는 "헌법상 영토 조항도 있고, 북한 지역도 우리나라 관할이라는 대법원 판례(2003도758)에 따라 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대 국가가 아닌 국가 대 단체와 같은 성격으로 규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를 제기했으니 기록이 남을 수 있어 협상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의 의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사법적으로 뭔가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소송 등 법적 조치보다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초동 한 로펌의 변호사는 "범죄행위가 명확하기 때문에 손해배상금이 어느 정도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소송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승소할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며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으니 관계부처에서 적극 나서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장기적인 전략을 세운 것이 아니라 단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면 일종의 포퓰리즘이자 국가 사업자원 낭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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