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변호사 등록불가" 처분에 소송 제기… 뉴델리고법, 인도변협 패소판결

인도법률상 외국인도 변시 응시 예외적 허용… 한국 법무부, 변협 답변 법원 제출

"판결로 명백한 위법 행위 밝혀져… 인도 유학생들, 변호사로 활약할 기회될 것"

△ 인도 대법원 앞의 정대용 씨
△ 인도 대법원 앞의 정대용 씨

한국 국적을 보유한 사람도 인도에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 인도 뉴델리 고등법원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변호사 등록을 거부 당한 정대용 씨가 인도변호사협회(BCI, BAR COUNCIL OF INDIA)를 상대로 낸 '변호사등록거부취소소송'에서 정대용 씨의 손을 들어줬다.

인도는 법학전문대학교에서 5년간 교육을 마치면 소속 주(州) 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 후 활동을 할 수 있고, 변호사시험을 통과해야 인도 전역에서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다. 변호사시험은 변호사회 등록 후 2년 이내에 통과해야 한다.

앞서 정대용 씨는 2003년 인도로 이주한 뒤, 201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학전문대학에 입학했다. 정 씨는 2016년 8월 법학사를 취득한 뒤 2019년 2월 델리변호사회(BCD, Bar Council of Delhi)에 변호사로 등록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BCD는 그의 요청을 구두로 거부했다. 정 씨는 소송을 통해 BCD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으며 "외국인이어서 변호사등록을 해줄 수 없다"고 서면을 받았다. BCI 역시 2020년 7월 23일 정 씨의 변호사등록을 거절했다.

결국 정 씨는 2020년 BCI를 상대로 변호사등록 거부처분 소송을 냈다. 재판 도중, BCI가 정 씨만 특별히 변호사등록을 허가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뉴델리 고등법원은 "외국인도 법률에 따라 인도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자격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며 "BCI는 정대용 씨의 변호사등록신청을 즉시 처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BCI는 인도에 외국변호사가 많아지는 사태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정 씨는 법에 따라 정당하게 변호사로 등록할 자격이 있는 법학 학위를 소지한 외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인도변호사시험은 '인도 국적자'에 한해 응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응시 외국인의 국가에서 인도인이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면 해당 국가의 외국인도 인도에서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대용 씨는 한국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 자격에 관한 답변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한국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에 국적 여부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인도인도 한국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대한변협도 "인도 국적자라 하더라도 변호사법 제4조(변호사의 자격) 제3호의 변호사시험에 응시가 가능하다"며 "변호사법 제8조(등록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협회에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며, 등록이 완료되면 변호사로서 개업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회신 업무를 담당했던 대한변협의 김다혜 대리는 "3년 전 근무했던 팀에서 접수하고 회신했던 메일에 답장이 와있어 의아했는데,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문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승소판결문을 보내주셨다"며 "당시 업무가 이런 전향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하니 가슴이 벅차올랐고, 앞으로도 변협에서 한국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법률가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대용 씨 사건을 변론해준 아심 수드 인도변호사
정대용 씨 사건을 변론해준 아심 수드 인도변호사

정 씨는 "인도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인도 시민권을 취득하면 더 쉽게 변호사등록을 할 수 있었지만 인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재판을 해 왔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인도에 거주하면서 법을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인도에서 변호사로서 일을 하게 되면 한국과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한국 기업, 한국인들을 지원해주고 싶다"며 "BCI의 처분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모든 변론을 무료로 진행해주신 인도의 아심 수드(Ashim Sood) 변호사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 법률에 따라 한국인이 인도에서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BCI가 판결에 불복하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판결이 확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대용 씨는 6월 중 BCI에 변호사등록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만약 BCI가 판결에 불복하면 다시 한 번 소송을 통해 다퉈볼 계획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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