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제2의 방화테러로부터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변협을 통해 삼단봉과 가스총을 구입하고, 로펌 입구에는 지문인식 출입통제시스템과 CCTV를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에도 '왜 나쁜 사람을 변호하려 하냐'며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길지 모른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 이후 달라진 점을 묻자, 서초동의 한 대표변호사가 건넨 답변이다.

대한변협은 이달 9일을 '제1회 법률사무소 안전의 날'로 선포했다. 변호사 1명과 직원 5명이 사망한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 1주기를 기리기 위해서다. 당시 소송에서 연거푸 패소한 천 모 씨가 상대 측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빌딩에 찾아가 복도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경찰 수사 결과, 사람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입구를 막고 흉기로 위협한 정황도 드러났다.

사건 직후 변협은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 사건 대책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의협·치의협과 '전문인 대상 테러행위 대응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법원‧법무부‧검찰‧경찰 등과도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다양한 방호 대책도 내놨다. 민간 경비업체와 경호장비업체 등과 협약을 맺고 회원들이 저렴한 가격에 보호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회원 대상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변호사와 사무직원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재판불신 해소를 위해 '디스커버리 제도' 필요성을 공론화 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조인을 겨냥한 테러 가능성은 엄연히 상존한다. 여러 테러 예방책들도 한시적일 뿐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여전히 많은 법조인들이 법정에서, 사무실에서, 구치소에서 종종 신변 위협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감정선이 엷은' 의뢰인과 상대방이 언제 돌변할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형국이다. 

비극적 사태가 발생한지 꼭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변호사들이 직업적 양심에 따라 안심하고 업무에만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제도 개선에 앞서 법조인을 향한 테러가 반(反)문명적 야만의 소치라는 인식이 먼저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이 같은 공고한 철학적 토대가 마련된 연후에야 법제도와 방호장비도 실효성을 갖출 수 있다.   

다시 한 번 방화테러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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