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협회장' 호응... 회원 의견 현장 청취 후 회무 반영

변호사중개플랫폼 압박 강화… '나의변호사'는 "한 걸음 더"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 도입으로 국민 기본권 두텁게"

국선변호인 보수 단계적 인상… "변호사 소득 현실화 노력"

△ 김영훈 변협회장이 5월 19일 제주에서 '찾아가는 협회장' 간담회를 열고,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영훈 변협회장이 5월 19일 제주에서 '찾아가는 협회장' 간담회를 열고,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월 치열했던 협회장 선거가 모두 마무리되고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김영훈 협회장은 6일 취임 100일을 맞아 전국 회원들에게 그간의 회무 진행상황을 공유하면서 "협회의 노력을 반추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남은 임기 동안 회원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골쇄신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근 김 협회장은 '찾아가는 협회장' 행사를 통해 현장 의견을 회무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본보는 새 집행부 출범 이후 100일간의 도전과 성과들을 짚어보고, 변호사 회원들의 기대를 실행하기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점검해봤다. 


● 사설 중개플랫폼 퇴출과  '나의 변호사' 혁신 "예정대로"

김 협회장이 후보시절 내세운 주요 공약은 △변호사중개플랫폼 퇴출 및 공공플랫폼 '나의변호사' 혁신 △변호사 소득 증대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Attorney-Client Privilege) 도입 △법률보험 활성화를 위한 변호사 공제재단 설립 등으로 압축된다.

이중 가장 큰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중개플랫폼 퇴출 공약은 분전 끝에 '합격점' 평가를 받았다. 특히 변호사중개플랫폼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한 시정명령 조치 등에 대해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원에 즉각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지난달 30일 서울고법은 해당 신청을 받아들였다(서울고법 2023아1218).

법원은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통지명령은 시정명령 등 취소 사건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어 "(공정위 결정으로)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 효력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 '나의 변호사' 상담 기능 등 서비스 개발 사업에 대한 입찰공고가 올라와 있다
△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 '나의 변호사' 상담 기능 등 서비스 개발 사업에 대한 입찰공고가 올라와 있다

이 같은 결정에 힘입어 변협은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공공플랫폼 '나의 변호사' 고도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협은 실시간 채팅·전화·영상상담 기능과 상담 예약 기능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며, 비용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는 편의 서비스를 탑재하기 위해 사이트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나의 변호사'는 서비스의 공공성과 공신력을 바탕으로 대법원 '나홀로소송' 홈페이지(pro-se.scourt.go.kr)와 대검찰청 홈페이지(spo.go.kr) 등에 이어 지난달에는 형사사법포털(kics.go.kr) 사이트에 링크 배너가 삽입됐다. 

이은성 대한변협 제1정책이사는 "최근 공정위 시정명령 등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받으면서 변호사중개플랫폼 사용자를 징계할 수 있는 여지가 다시 생겼다"며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큰 기형적인 변호사중개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동시에 '나의 변호사'를 국민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변호사들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며 "고도화 작업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국민에 대한 홍보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법안 발의... 도입 가시화

의뢰인의 기본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CP)' 도입도 가시거리 내에 들어왔다. 올해는 법조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ACP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OECD 36개 회원국 중 ACP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ACP가 없어 수사기관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련 증거를 수집하거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도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ACP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뢰인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왼쪽)은 5월 4일 정부과천종합청사에 위치한 법무부에 방문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오른쪽)과 ACP 법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사진: 법무부 제공)
△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왼쪽)은 5월 4일 정부과천종합청사에 위치한 법무부에 방문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오른쪽)과 ACP 법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사진: 법무부 제공)

이와 관련 지난 2일에는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ACP 도입을 골자로 한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한변협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법안 통과를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겠다는 방침이다. 

변협은 같은날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이 조속한 시일 내에 통과되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헌법 제12조 제4항)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의 실질적 보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에는 최강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ACP 법안에 대해 "의뢰인의 방어권 및 법치주의 보장을 위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중요한 기본권인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유지의 보장을 법률상 명문화 한 것"이라는 검토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변협은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건에 관한 사정을 털어 놓을 수 있어야 변호사가 이를 바탕으로 유효 적절하게 조력할 수 있다"며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은 헌법 제27조의 재판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한 당연한 전제로서도 인정된다"고 했다.

제52대 집행부는 이 같은 입법지원 업무를 내실화하기 위해 정무이사직을 신설했다. 정무이사에 내정된 이상영(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와 김정우(변시 7회) 변호사는 ACP와 디스커버리 도입 등 제도 발전과 함께 다양한 직역수호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앞서 김 협회장도 국회의장단,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한동훈 법무부장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을 만나 ACP 도입 등 법제 개선 사항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


● 국선변호인 보수 인상, IPO 법률실사 확대... 채권추심시장 탈환 '박차' 

직역 확대와 변호사 소득 현실화 등의 공약에서도 실효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김 협회장이 국공선변호사회 회장 재임 당시 추진한 '국선변호인 보수 인상' 정책이 올해부터 본격 적용돼 결실을 맺었다. 김 협회장은 지난해 법원행정처가 발주한 '국선변호사 업무 및 보수에 대한 연구용역사업'에 참여해 변호인에 대한 적정 보수를 지급해 줄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합리적인 보수체계가 마련되어야 국선변호도 내실화된다는 취지다.    

힘겨운 노력 끝에 올해 국선변호인 기본 보수는 5만 원 가량 증액된 50만 원으로 인상됐다. 내년부터는 10만 원이 더 올라 60만 원이 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국선전담변호사 보수도 월 100만 원 가량 대폭 상향하는 예산안이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확정됐다. 김 협회장이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을 직접 만나 보수 인상 필요성을 적극 어필하기도 했다.

또 변호사공제재단을 설립해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공제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재단은 3월 14일 등기를 경료하고, 공제기금 마련을 비롯한 변호사를 위한 각종 복리후생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역확대 차원에서 기업공개(IPO) 절차에서의 '법률실사'를 확대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김 협회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만나 "기업의 법률문제를 사전에 점검하게 되면,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주식시장에 상장될 경우 법률실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는 법률실사 결과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맹점이 있다.   

2조 원 규모의 채권추심시장 탈환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한변협은 최근 신용정보협회 등 채권추심 회사들이 신용정보제공사의 변호사에 대한 신용정보제공을 가로막자 즉각 금융위원회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김 협회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만나 "'채권추심 및 신용정보 이용 행위'는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법률사무에 당연히 포함되는 사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신용정보제공을 정상화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 김영훈 변협회장은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펼쳤으며, 변협 집행부 등은 1인 릴레이 시위를 했다
△ 김영훈 변협회장은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펼쳤으며, 변협 집행부 등은 1인 릴레이 시위를 했다

직역수호 과제도 물 샐 틈 없는 방어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변리사에게 공동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에 안건으로 상정되자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 김 협회장은 IBA 참석을 위한 출국 일정도 미룬채 국회 설득에 나섰다.  

법안심사제2소위에서 "변호사 수가 부족할 때 만들어진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등 법조유사직역을 통합하고,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춰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변리사 소송실무교육을 법학전문대학원이 주관하도록 한 특허청의 수정의견은 이러한 의견을 피상적으로 이용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간의 교육만으로 복잡다기하고 법리가 복잡하게 연결된 부분을 다 커버할 수는 없다"며 "(변호사들은)로스쿨 3년 교육에 실무수습 6개월까지 거치고 있는 반면 변리사시험에서 다루는 민법은 객관식으로 보고, 민사소송법은 공무원 출신 대부분 면제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면)특허법인에서 법인 사무실 내에 방 하나 지정하고 변호사 사업자 등록한 다음에 출석만 하는 변호사가 고용돼서 활동을 할 것"이라며 "이렇게 변호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완벽하게 해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변협은 성명을 내고 "소송대리는 오로지 법률전문가이자 법조윤리를 갖춘 변호사만이 수행 가능하고,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수행할 때 비로소 헌법상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며 "변리사 공동대리는 결국 특허관련 업무에 능숙한 변호사를 함께 선임해야 하므로 변리사 선임 비용만을 추가적으로 증가시켜 국민 부담만 더 가중시킬 것"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이 밖에도 10대 전문변호사회 웹사이트를 새로 구축해 소속 회원들이 각 직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현재 변협에는 △특허 △채권추심 △등기경매 △세무 △노무 △이민출입국 △도산 △국공선 △신탁 △금융 등 10개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단체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남아 있는 과제도 산적하다.  

무엇보다 유사직역에 의한 반(反)법치적 소송대리권 요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법조인력 수급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중개플랫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유사 직역과의 소모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로스쿨 제도 개선을 통해 인접 자격사들을 흡수·통합하고, 공무원에 대한 부적절한 시험 특혜를 없앨 필요가 있다"며 "변호사들의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고, 국회 및 시민 단체와의 접점을 폭넓게 늘려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른 변호사는 "지난 선거에서 중개플랫폼 문제에 대해 가장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 캠프에 한 표를 던졌다"며 "이번 집행부 임기 동안 보다 진일보한 성과가 뚜렷하게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회원들과 소통해보면 변호사들의 가장 큰 고민이 '법조유사직역의 변호사 직역 침탈'이라는 점을 매번 깨닫는다"며 "직역 수호는 기본이고, 채권추심시장을 비롯해 그간 변호사들이 많이 진출하지 않았던 시장도 적극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더불어 법조계의 오랜 지병과도 같았던 법조 브로커를 근절할 수 있도록 변호사중개플랫폼 등을 엄중히 단속하고자 한다"며 "변호사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을 지키면서 회원을 위한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혜령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