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용 대한변협 등록 수용 및 보상 전문 변호사
류창용 대한변협 등록 수용 및 보상 전문 변호사

고속도로나 고속철도 등 선적인 공익사업에 일단의 토지 중 일부가 편입되고 남은 경우 이를 잔여지라 한다. 과거 도로가 개설될 경우 장기적으로 주변 지역이 개발되면서 지가가 상승하는 효과로 인해 잔여지에 대한 문제인식이 부족한 때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국도, 지방도의 경우에도 고속화 내지 도로 관리상의 편리성 측면에서 잔여지와 많은 단차를 두거나(성곽형) 잔여지로부터 도로에 바로 진입할 수 없는 폐쇄형으로 도로구조를 설계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민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공익사업이 완료된 후 잔여지상에는 진입로 단절, 소음, 일조량 축소 등 다양한 형태로 토지의 사용가치나 교환가치를 크게 저해하는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잔여지의 손실에 대한 법적 구제방법으로는 현재 잔여지 매수(수용) 청구(공익사업법 제73조),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 및 공사비 청구(법 제73조)가 있다.

위와 같은 잔여지 손실에 대한 권리구제 절차에 대해 법은 재결전치주의를 취하고 있어서 실무상 대부분의 잔여지 매수(수용) 사건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잔여지 재결을 통해서 처리가 되고 있으며,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비교적 상세한 잔여지 매수지침을 마련하여 각 토지수용위원회나 주요 사업시행자인 LH 등 각 공사들은 위 지침에 따라 잔여지 매수(수용)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위 지침에서 요구하는 매수(수용) 인용 요건은 매우 엄격한 편이라 매수(수용) 사건 대비 인용되는 비율은 아주 미미한 편이다.

한편,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 사건은 마찬가지로 재결전치주의가 적용되어 1차적으로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재결을 통해 보상업무처리가 이루어지나 아직까지 다양한 형태의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지침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 재결은 추후 소송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서의 의미 밖에는 없는 듯하다.

반해 대법원은 일찍이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의 범위를 ‘획지조건이나 접근조건 등의 가격형성요인이 변동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뿐만 아니라 그 취득 또는 사용 목적 사업의 시행으로 설치되는 시설의 형태·구조·사용 등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손실과 장래의 이용가능성이나 거래의 용이성 등에 대한 사용가치 및 교환가치의 하락 모두 포함된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7누10680 판결, 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두10315 판결)’고 판시하여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의 구체적인 범위를 제시한 바 있고 이후 하급심 판결에서 비교적 다양한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인정 사례가 축적되오고 있다.

필자가 주된 업무로서 잔여지 손실 보상업무를 다룬 지난 10년 사이 잔여지 가치하락 재결사건이 눈에 띄게 급증하였고, 최근에는 10년 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재결단계에서의 잔여지 가치하락 인용사례도 간간히 보이는 듯하다. 재결단계에서의 인용사례가 늘기는 하였으나 나름 관련 사건을 많이 다룬 필자마저도 그 결과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각각의 사례에 적용될 구체적인 기준(인용 여부, 가치하락율 모두)이 없어서 비슷한 사례의 결과가 오락가락하여 예측가능성 차원에서 문제가 많다. 과거와 달리 잔여지에 대한 민원제기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소송 등으로 문제해결을 미루는 소극적인 행정은 더 이상 답이 아닌 듯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급심에서 다양한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 인용례가 축적되고 있으니 서둘러서 토지수용위원회, 감정평가협회 등 관련 기관은 축적된 판례 등을 참고해서 감정인들이 객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에 대한 평가지침을 마련하여 잔여지 민원인들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관련해서, 공익사업법은 공익사업지구 외 토지에 대해 잔여지와 마찬가지로 권리구체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법 제79조), 매수(수용)나 비용 청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을 두면서도 공익사업시행으로 인한 지구 외 토지의 가치하락 손실에는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여기도 예산적 제약이나 보상범위의 과도한 확대를 우려한 탓으로 보이는데 잔여지나 공익사업지구 외 토지 모두 동일한 간접손실(사업손실)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마땅히 동일한 범위의 권구제절차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고 예산, 과잉보상의 문제는 앞서 구체적인 평가지침 마련과 같이 구체적인 기준마련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것은 같게 처리되어야 하지 정책적인 이유로 달리하는 것은 형평성이나 예측가능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잔여지 공사비 청구 사건은 마찬가지로 재결전치주의가 적용되나 재결에서 별도로 주장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종국적으로는 잔여지 상의 설계변경이나 잔여지 매수(수용)로 처리되어 끝까지 그 주장이 유지되지 않는 이유인 듯하다.

과거 토지보상관련 학회에서 어느 공무원이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보상을 일반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예산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잔여지상의 피해는 이전보다 커지고 재산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점점 커지는데 마땅히 보상해야 할 피해를 예산상 제약을 이유로 덮으려고 한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공익사업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조만간 올 것으로 보인다. 잔여지를 모두 매수할 예산이 부족하다면 그나마 잔여지 민원을 해소할 차선책이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보상이다. 이젠 공익사업 시행자들이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 마땅히 보상을 해줘야 할 대상이라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향후 그나마 원활히 공익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류창용 대한변협 등록 수용 및 보상 전문 변호사

법률사무소 LAW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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