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 변호사/HDC현대산업개발(주) 법무팀
김나라 변호사/HDC현대산업개발(주) 법무팀

지난 4월 4일 효창공원앞역 일대에 자산홍 4800주를 심는 나무 식재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오후에 비 소식이 있던 터라 하늘은 잔뜩 흐렸고 습도가 높던 날이었다. 하지만 내 무릎 높이를 훌쩍 넘는 묘목들을 직접 판 구덩이에 심은 뒤 흙을 다지고 물까지 듬뿍 주고 나니 왠지 모를 뿌듯함에 기분은 무척 맑고 쾌청하게 느껴졌다. 봉사활동은 우리 회사를 포함한 ‘용산 드래곤즈’ 회원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졌다. ‘용산 드래곤즈’는 용산 소재 민·관·학 연합 봉사단체인데,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각 회원사가 ‘자율적’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점에서 ESG 협의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겪으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투자자들은 매출, 영업이익 등과 같은 재무적 지표 외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가치에 주목하게 되었다. 하지만 국제 표준기준을 바탕으로 의무 공시되는 기업의 재무 요소와 달리, 비재무적 가치에 대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측정 기준·공시 시스템이 없었던 터라 거대 금융 자본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서 오는 리스크와 기회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다. 이러한 점에서 ESG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투자 리스크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최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ESG 일반 및 기후 관련 공시기준’ 최종안을 확정했고, 이는 6월 중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ESG 공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특히 EU에서는 ‘ESG 공시의무 대상기업을 글로벌 기업까지 확대 및 공시기준 단일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이 발효되었다.

국내 기업의 ESG 공시 제도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의무화되어 2030년에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대상 기업이라든지 공시 항목·기준 등 세부 내용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로 올해 3분기 중 발표가 예정된 정부의 국내 ESG 공시제도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통해 정책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SG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과 동시에 기업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ESG 경영을 위한 시간과 비용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 회사를 비롯하여 국내 기업들은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ESG 내재화를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ESG 경영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공시하고 있다. 환경, 안전, 인권, 사회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에서 비롯된 기업의 이러한 의사결정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미래 가치를 창출하여 사회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나라 변호사

HDC현대산업개발(주) 법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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