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1일 '양성평등 실태조사 설명회 및 특강' 행사 개최
"성별 차이가 사건 배당·급여에 영향... 女변호사 선호는 4%"
"노동강도와 기여도 다른데 동일임금 강요는 역차별 주장도"
"성평등 기업이 ESG 성과 높아... 기업 내 젠더 감수성 높여야"
국내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별 차이가 사건 배당과 급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1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양성평등 실태조사 설명회 및 특강 행사'를 열었다. 이번 설명회는 지난해 변협 양성평등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조계 양성평등 의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박지애(변호사시험 9회) 변협 양성평등센터 운영위원회 간사가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변호사는 총 556명으로, 남성이 56%, 여성은 44%로 집계됐다. 근무 형태에 따라 '다른 변호사를 고용한' 고용변호사(대표·파트너 변호사)는 9%, 피고용변호사(어소시에이트 변호사)는 63%, 단독 개업 변호사는 28%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고용변호사의 82%는 "성별에 관계없이 고용한다"고 응답했다. 남성을 특별히 선호하는 경우는 14%, 여성을 특별히 선호하는 경우는 4%로 조사됐다. 특정 성별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동성(同姓)과 일하기 편해서 △휴직 문제(임신, 육아 등) △영업 및 실무능력 △체력 또는 정신력 등이 언급됐다.
조사 결과 성별 차이가 사건 배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변호사의 35%는 사건의 특수성(70%), 의뢰인의 성별 요구(12%)나 변호사의 의뢰인과의 소통을 위한 배려(12%) 등을 이유로 성별에 따라 사건을 다르게 배당한다고 답했다.
피고용변호사들의 응답에서 여성은 주로 가사사건, 남성은 형사사건을 맡아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답변도 있었다. 다만 성별 때문에 배당에서 불이익을 답는다고 응답한 피고용변호사는 13%에 그쳤다.
모든 고용변호사들이 급여에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지만, 피고용변호사의 5%는 성별에 따른 불이익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출산과 양육 등의 사유로 여성변호사의 급여가 동결되거나,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은 형사사건에서 불합리하게 배제되는 등 차별을 겪고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반면 남성변호사의 노동 강도와 사건 기여도가 높은데도, 여성변호사와 무조건 동일 임금을 받는 건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호사 업계에 양성평등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성별에 관계없이 육아휴직 필수 사용 △긴급보육 제도 시행 △협회 차원에서 아동보육시설 확대 등이 제시됐다.
특강에서는 이유정(사법시험 33회) 법무법인 원 변호사가 'ESG와 기업에서의 성평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변호사는 "ESG에서 성평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성평등한 기업이 ESG 성과가 좋기 때문"이라며 "ESG는 기업 장기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젠더 다양성을 확보한 회사일수록 ESG 성과가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연구를 통해 평등, 다양성과 같은 요소들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것이 밝혀져 기업들이 이사회를 구성할 때 젠더 다양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세계적인 투자기관들이 젠더 관점의 투자를 원칙으로 선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성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여성 임원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닌 젠더 감수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또한 성별 간의 차이를 고려하고, 젠더 데이터의 축적을 이뤄야 실질적인 해소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우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