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변호사가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행정조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김영기 변호사가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행정조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행정조사는 행정기관이 정책 결정이나 직무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현장조사·문서열람 등을 하거나 조사대상자에게 보고나 자료제출 및 진술을 요구하는 활동을 통칭한다.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중소벤처기업부·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등 여러 행정청은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다종다양한 행정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대상의 의무 위반 여부 확인한 뒤 제재를 부과하게 된다. 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고발조치 등을 통한 형사처벌로 귀결된다.

이처럼 행정조사를 통하여 획득한 정보와 자료가 형사 절차에서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로 폭넓게 활용되거나 행정조사가 아예 수사절차로 전환되는 경우가 상당하지만, 행정조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개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수사 등 형사 절차를 밟았다면 당연히 보장받을 수 있었던 변호인 조력권과 진술거부권 등 절차적 권리가 행정조사를 경유하면 손쉽게 무력화되곤 한다. 개별 법령에 따라 이뤄지는 행정조사에서 변호인의 조력권을 강제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행정청과 조사관마다 제각기 다르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피조사자가 권리 보호를 위해 변호인을 대동할 경우 콧대 높은 행정청의 심기를 건드려 공연히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임의적 성격을 갖는 비권력적 행정조사에서 조차 조사 대상의 동의가 사실상 강제되는 등 고권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되도록 불필요한 조사나 제재를 피하고 싶은 피조사자 입장에서는 행정조사에서의 ‘변호인 조력’이 일종의 계륵(鷄肋)으로 전락하고 만다. 행정조사가 행정 제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수사의 전 단계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본권 보호 측면에서 심각한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복잡다기한 현대 사회에서는 행정이 유연하게 집행될 필요가 있고, 행정조사와 수사는 그 목적과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측면은 일견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의 탄력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법치의 사각지대’를 허용하는 의미가 돼서는 안 된다. 변호인의 조력권과 진술거부권의 내용과 기준, 행정조사로 취득한 정보와 자료의 형사절차에서의 증거 사용 등에 관한 구체적인 요건을 ‘행정조사기본법’ 등에 명문화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정조사를 통합적으로 의율하는 등 국민적 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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