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율 변호사
최경율 변호사

2021년 6월. 아내로부터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사진 속 임신테스트기 안에 빨간색 두 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제주도 여행 때 잉태된 것으로 확신하여 태명도 ‘감귤이’로 지었다. 그렇게 아이가 태어나고 내 삶에 가장 큰 변화는 시작되었다.

지인들과 맥주 한 잔, 아무 생각 없이 늘어져 있기, 좋아하는 영화 보기가 퇴근 후 나의 일상이었다. 지금은 아이 목욕시키기, 저녁밥 먹이기, 재우기로 바뀌었다. 아이가 6시면 귀신같이 눈을 떠서 늦잠은 꿈도 못 꾼다. 좋은 차 브랜드가 아니라 유모차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주말에는 예쁜 카페 대신 키즈카페를 검색한다. 만나면 자기 아이 사진만 보여주는 친구를 보며 왜 저러나 했는데 요샌 내가 그러고 있다.

맞벌이 부부라 낮에 아이를 돌보아줄 분이 필요했다. 사무실 직원을 뽑을 때는 주로 워크넷 등의 구직사이트를 이용하였지만 베이비시터 등 가사근로자분들과 사용자들을 중개하는 사이트가 따로 있어 중개사이트를 통해 시터이모를 모시게 되었다.

시터이모를 모시고 맞이하게 된 첫 근로자의 날. 변호사 부부는 서로에게 질문하였다. "여보~ 시터이모는 근로자야?"

2022년 6월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었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에서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기에 가사근로자법은 65년 만에 가사근로자에게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한 법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모든 시터이모가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가사근로자법에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등록된 가사근로자를 적용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고, 이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등록되어 일하는 가사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중개사이트를 통해 모신 시터이모에게는 가사근로자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가사근로자법이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쉬는 날만큼은 인정해 드리기로 하였다. 다만 근로자의 날에도 출근을 해야하는 관계로 시터이모를 오게 하는 대신 휴일에 준하여 시급을 1.5배로 책정하였다. 시터이모와의 계약을 어떻게 체결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정답은 없지만 ‘내 아이를 맡아주시는 분을 서운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경율 변호사
법률사무소 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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