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등 8개 종목 주가 급락… 검찰·금융당국 합동수사팀 수사 개시

증권사 CFD 미수채권 수천억원 예상… 금융당국, CFD 계좌 집중점검

투자자 휴대전화 200여대로 통정거래 시도 정황… "공범 가능성 있어"

로펌 간 수임전쟁 '발발'… 관련 증권사 대상 손해배상소송 등 줄이어

외국계 증권사인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발(發) 주가 폭락 사태 이후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 대부분이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가 구속됐다. 소액투자자 등 피해자들은 라 대표 뿐 아니라 증권사에 대한 고소·고발이 진행 중이어서 SG증권 사태는 소송전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증권사들 역시 라 대표 자산에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다각도로 취하고 있다.


● 증권사 CFD 미수금 리스크 '심각'... 금융당국 실태 점검 나서

지난달 24일 특별한 이슈가 없던 8개 종목의 주가가 갑작스레 급락한 것을 두고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하한가를 기록한 주가조작 대상 종목은 서울가스(017390), 대성홀딩스(016710), 삼천리(004690), 세방(004360), 선광(003100), 다우데이타(032190), 하림지주(003380), 다올투자증권(030210) 등이다. CJ(001040)도 주가조작 대상에 포함돼 있었지만 하한가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주가조작 이후 3주가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9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6조 287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1일보다 9조 795억 원(59.1%) 줄어든 수치다.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조사에 나선 뒤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라 대표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으며, 라 대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및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 등이 시세조종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추정액 2642억 원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을 12일 청구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라 대표는 주가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FD(Contract For Difference; 차액결제거래)도 문제로 떠올랐다. CFD는 현물 주식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 변동에 따른 매매차액을 얻을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다만 투자자는 주가의 40%를 증거금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주가 하락 시 증거금이 납입되지 않으면 증권사가 즉각 주식을 매도해 돈을 회수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번 주가폭락사태로 인한 CFD 미수채권이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천문학적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증권사들은 법원에 라 대표의 은행 예금 등에 대한 가압류를 건 상황이다. 하나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라 대표로부터 받지 못한 CFD 대금 약 32억 9000만 원과 1억 8000만 원 가압류했다. 키움증권, 교보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국내외 CFD 계좌 신규 가입을 전격 중단했다.

△ 2023년 4월~2023년 5월 위탁매매 미수금 추이(자료: 금융투자협회)
△ 2023년 4월~2023년 5월 위탁매매 미수금 추이(자료: 금융투자협회)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수백, 수십억 원의 빚 독촉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증권사들은 미수금에 대한 분할상환 등을 안내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가폭락사태 발생 이전인 지난달 21일 2274억 4600만 원이던 미수금이 이달 3일 5348억 4300만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CFD 계좌 약 3400개에 대한 집중점검에 착수한다고 14일 밝혔다. 거래소가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CFD 계좌 중 2020년 1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내역을 살펴보고, 시세조종‧부정거래, 이번 사태와 유사한 혐의거래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상거래 혐의가 발견되면, 금융위와 금감원이 즉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실태 결과에 따라 CFD 계좌 개설이 본격화된 2016년까지 점검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9일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불공정거래에 가담한 사람의 경우 최대 10년간 금융투자상품 신규 거래 및 계좌 개설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 타인 휴대폰으로 '통정거래' 의심… "일부 투자자 처벌 가능성도"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 일당이 '통정거래' 수법을 이용해서 주가를 조작해온 정황을 확인하고 이를 조사 중이다. '통정거래'란 매도자와 매수자가 미리 주식 가격을 정하고, 일정 시간에 합을 맞춰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검찰은 이들이 투자자들의 휴대폰과 증권계좌 등을 넘겨받아 각지에서 정해진 가격에 따라 주식 주문을 하고, 주가를 높여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라 대표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결과, 휴대전화 200여 대가 발견됐는데, 합동수사팀은 이중 통정거래에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 50여 개에 대해 분석을 한국거래소에 의뢰했다.

라 대표 일당에게 휴대폰 등을 넘긴 투자자들은 현재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상황에 따라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견변호사는 "투자를 했던 사람들이 가담자인지, 피해자인지 분별하는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성도(사법시험 51회) 법무법인 라움 변호사는 "투자자들도 자본시장법 위반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본인의 휴대폰을 대여해줬다면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위반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더라도 전자금융거래를 위한 전자적 장치 및 접근매체를 대가를 수수, 요구, 약속하면서 대여받거나 대여한 행위로 볼 수도 있으므로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은 △제174조제1항을 위반하여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자 △제174조제2항을 위반하여 주식등에 대한 공개매수의 실시 또는 중지에 관한 미공개정보를 그 주식등과 관련된 특정증권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자 △제174조제3항을 위반하여 주식등의 대량취득·처분의 실시 또는 중지에 관한 미공개정보를 그 주식등과 관련된 특정증권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자에 대한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5억 원으로 한다.

사건의 진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라 대표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을 주가폭락사태의 배후로 지목하고, 김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다우데이터 주가 폭락 직전에 보유지분을 대량매매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다우데이터 주식 매각대금 605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했다.

김 전 회장 측은 2일 라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한 상황이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배당돼 있다.


● 주가폭락 피해자 집단소송 '봇물'… 파산회생 신청도 속출

피해자들도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송 대상은 라 대표, 키움증권 등이다.

법무법인 이강은 지난 1일 피해자 10여 명을 대리해 라 대표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정범죄가중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투자자 66명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대건도 지난 9일 라 대표 등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약 1350억 원으로 알려졌다.

공형진(변호사시험 5회) 법무법인 대건 대표변호사는 고소장 제출 전 기자회견을 열고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주가조작이 아닌 가치투자를 빙자한 폰지사기"라며 "피해자들은 통정거래에 대한 인식도 없었고 투자금이 주가조작 원금으로 이용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도 시세조종행위 등에 대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후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필서(사시 47회)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이번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는 CFD 반대매매 추정 물량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반대매매는 투자자들이 증거금을 못 냈을 때 벌어지는 구조이므로 부정거래행위나 불공정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조사 등을 통해)시세조종이나 내부자 거래 또는 다른 부정거래 행위 등 문제가 되는 행위가 있었는지, 이러한 사건에 누가 관여돼있는지가 우선 드러나야 한다"며 "판결문만 받고 배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주가조작) 가담자들의 재산이 얼마나 있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피해를 회복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판단을 한 후 소송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증권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인 정병원(사법시험 41회)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증권사가 기초적인 본인 확인도 하지 않고 비대면 계좌를 쉽게 개설해줬고, 피해자들은 CFD가 정확히 어떤 구조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러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증권사들은 당사자와 통화를 하는 등 확인절차를 거치거나 추가적인 본인 인증을 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7명 가량이 정식으로 사건을 의뢰했고, 증권사에 대한 손해배상 내지 채무부존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투자자의 계좌 상황과 CFD 계좌 증거금 독촉 문자(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 투자자의 계좌 상황과 CFD 계좌 증거금 독촉 문자(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사태와 관련된 파산회생 신청도 늘어나는 추세다. CFD 계좌 등을 통해 진 빚을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하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빚을 감당할 수 없는 피해자들이 로펌을 찾고 있다.

김도완(변시 3회) 은하수 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전에는 주식 투자로 인해 채무가 증대된 경우 회생파산 신청 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기준이 다소 완화됐고, 주가조작 이슈도 있는 상황이어서 주식 투자로 인해 빚이 급격히 증가한 분들도 회생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는 사업 실패로 인한 파산회생 문의가 80% 정도였다면 이제 주식투자 실패로 인한 문의가 30% 정도로 늘어난 상황"이라며 "이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빚 독촉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을 수 있는 분들이 파산회생 신청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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