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벌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인터뷰

학창시절 다양한 무예 두루 익혀... 군인·경찰 등 꿈꾸기도

경찰행정 전공... ROTC 자원해 장교 복무하며 리더십 키워

재개발·재건축 변호사로 '맹활약'... 강골 체질에 '안성맞춤'

"이길 싸움은 반드시 이기고 지더라도, 잘지는 것이 최선"

"우수한 검경 인력이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 등 개선해야"

"무도(武道)와 송무는 닮은 모습이 많습니다. 둘 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 품위 있게 싸우는 과정’으로 요약됩니다. 사법연수원에서 한 교수님은 ‘이겨야 할 싸움은 확실하게 이겨야 하고, 질 수밖에 없는 싸움도 잘 져야 한다. 패소하더라도 의뢰인에게 위로를 받는 변호사가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에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유재벌(사법시험 57회) 변호사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중학교 시절부터 킥복싱과 합기도, 유도 등 다양한 운동을 연마해 단단한 풍모와 기백을 갖췄다. 대학생 시절에는 유도복을 챙겨들고 주짓수 도장을 호기롭게 찾아갔을 정도다. 그는 "내 기술이 어느 정도 통할 줄 알았는데, 세상에 강자가 많다는 것을 그때 크게 배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장교 전역 후 고시생 시절에도 주짓수 체육관을 다니며 대회에 출전했는데 덩치가 두 배나 큰 주한 미군을 꺾고 8강에 오르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막연히 경찰이나 군인이 되기 원했습니다. 무술을 배우는 게 즐거웠고, 무엇보다 활동적인 제 성향과도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학부 전공도 경찰행정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주짓수 대회에 출전한 유재벌 변호사가 경기를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주짓수 대회에 출전한 유재벌 변호사가 경기를 하고 있다 (본인 제공)

경찰을 꿈꾸던 그가 법조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학부 시절 교수님이 "경찰을 지망하더라도 고시에 합격한 뒤 입직하라"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그가 대학에 입학한 2000년대 초반은 경찰 수사권 독립이 본격적인 사회 이슈로 떠올랐을 때다. 강단에서도 “경찰 조직의 실력을 높여야 수사권 독립이 가능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경찰 간부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교수님의 조언과 말씀에 따라 사법시험에 흥미를 느끼고 법학과 강의를 들었는데, 헌법, 민법, 형법 등 주요 법학 과목이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적성에도 맞았습니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법대 교수님을 따로 찾아 뵙고 지도를 부탁드렸는데, 교수님께서는 흔쾌히 제 답안지를 목차별로 평가해 주시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목차별로 점수를 배분하고 평가하는 방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심지어 과락이나 0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당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법조인이 되겠다고 마음을 굳혔지만 우선 군 복무를 마치기 위해 그는 학군사관(ROTC) 46기에 지원했고, 졸업 후 보병 소대장으로 병역을 마쳤다. 입대 전부터 ‘체질’로 소문났던 그는 군생활도 생리에 맞았다고 한다. 

"장교는 업무 특성상 보고체계가 엄격합니다. 업무가 지시되면 그 지시를 명확히 확인하고, 업무 도중에도 상황 보고를 하며, 업무가 마친 뒤에도 완료 보고를 하게 됩니다. 장교로 근무하면서 이러한 보고체계를 체득하게 됐는데,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도 자연스레 의뢰인에게 사건 경과나 진행 방향, 상대의 주장과 우리 주장의 요지, 대응방안 등을 수시로 보고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승패와 무관하게 업무 관련 고객들의 컴플레인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웃음)." 

△군 복무 시절의 유재벌 변호사 (본인 제공)
△군 복무 시절의 유재벌 변호사 (본인 제공)

전역 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지만, 그 사이 '경정 특채' 제도가 사라지고 채용 직급이 경감으로 한 계급 낮아졌다. 아울러 2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자, 그는 경찰 입직에서 변호사로 진로를 선회한다. 처음 문을 두드린 법무법인은 재개발·재건축 전문 로펌이었다. 상대적으로 터프한 업무가 많았지만 강골(强骨)이었던 유 변호사에게는 오히려 안성맞춤이었다. 

"(재개발·재건축 분야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라는 특수한 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이주, 착공 및 준공, 이전고시에 이르기까지 10여년 간 벌어지는 재개발 재건축 전 과정에 걸쳐 다양한 법적 분쟁을 해결했는데, 분쟁 해결이 도시환경개선과 주거생활 향상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해 내심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을 묻자 "승패를 떠나 '유재벌 변호사 고생했다'고 말한 사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법무법인 특성상 인가청, 사업시행자(조합), 현금청산자(수용대상자) 조합원(비대위)을 모두 대리하여 다양한 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개인과 팀을 꾸려 승소한 사건들이 뇌리에 남습니다. 조합을 대리할 때는 도시환경개선과 주거생활 향상에 기여한 것 같아 보람을 느끼는 한편, 현금청산자·피수용자·세입자를 대리하면서부터는 현행 법제상 현실적인 손실보상의 문제와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이주대책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많이 쓰입니다." 

△강연하는 유재벌 변호사 
△강연하는 유재벌 변호사 

구체적으로는 △주거이전비, 이주정착금, 이사비가 지급되기 전에는 현금청산자에게 명도의무와 손해배상의무가 없다는 판결 △조합이 현금청산자에게 사업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 △법인격남용론을 인정받아 승소한 사건 등을 꼽았다. 

“주거이전비와 이주정착금, 이사비가 지급되지 않은 이상 건물인도의무가 없고, 점유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보면 당연한 판결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불리한 대법원 판결과 하급심이 상당히 많았어요. 2심에서 패소했지만 의뢰인께서 끝까지 믿어주셔서 상고심을 맡았고, 선고 직전 조합이 패소를 직감했는지 소 취하를 했으나 '누구의 말이 맞는지 끝까지 따져보자'는 의뢰인 요청으로 부동의 했습니다. 결국 상고심을 거쳐 파기환송된 2심에서 최종 승소했고, 소송비용까지 추심해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경찰행정학을 전공하고 경찰 입직을 꿈꿨던 유 변호사에게 수사권 조정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인터뷰 말미에 '불의타'를 맞은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 문제는 철저하게 국민 복리를 중심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며 신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국민 입장에서는 수사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여부 보다는 검찰과 경찰이 협력하여 최선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법리적 관점에서 최종적인 기소 여부 판단은 검찰에서 하되, 검찰 판단에 대한 실질적인 불복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현행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제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나아가 수사권 조정이 다소 급박하게 이뤄져 일선 경찰 수사관들의 업무가 과중한 측면이 있습니다.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유능한 경찰과 검찰 인력이 조직을 떠나는 원인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그들이 남아 국민들에게 최선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예컨대 경찰 조직은 군이나 검찰, 법원 등 다른 공무원 집단에 비하여 공무원 급수가 낮은 편인데, 경찰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간부 경찰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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