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등, '행정조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학술대회 개최

진술 거부권, 이의신청권 보장 등 명문화 필요성 제기

"법률 개정 전에도 실무적으로 당사자 권리 보장해야"

이광수 변호사가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행정조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광수 변호사가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행정조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행정조사에서 변호사 조력권을 보다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사 대상이 행정조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하는 등 사실상  '동의'를 강제하고 있으므로 형사절차에 준하는 통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1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한국행정법학회(회장 김용섭),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 법제처(처장 이완규),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와 공동으로 '행정조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이광수(사법시험 27회) 변호사는 ''행정조사와 범죄수사 –실무적 관점의 문제 제기-'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행정조사의 전제인 '당사자 동의'가 사실상 강제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행정조사와 범죄수사는 그 양태가 유사한데 범죄수사와 달리 행정조사에는 엄격한 통제수단이 없다"며 "(범죄수사보다)상대적으로 손쉬운 증거 획득 방법인 행정조사로 증거를 확보하는 양태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정조사는)당사자의 자발적 협력을 토대로 하지만, 개별 법률상 조사 관련 규정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개별 법령에서는)세무조사,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조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에서는 조사를 거부하거나 응하지 않는 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가 있고, 심지어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사자 동의가 실질적으로는 자발적이지 않고, 행정조사 요구를 거부했을 때 불이익을 염려해서 비임의적으로 하는 동의가 대부분이라는 데 실무를 하는 변호사 대다수가 동의한다"며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병원에서 자료 조사 시 갑자기 조사기간과 범위를 늘리는 조치에 대해 당사자 동의를 요구했으나 거절되자 제재를 가해서 다툰 사건(2020도627)이 비임의적 동의로 이뤄진 행정조사가 많이 이뤄지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또 "(행정조사 당사자)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고, 그 원리는 적법절차의 원리에서 찾아야 한다"며 "회유, 협박 등을 통해 동의를 얻으면 이를 무효화 할 수 있도록 명문화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조사 관련자의 익명성을 토대로 통제 여부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진술거부권 및 변호사 조력권 보장 등을 통제방법으로 언급했다.

그는 "조사자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조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행정조사 통제규범을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조사 관련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구통계조사 등 조사는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우려가 거의 없으므로 이런 부분은 제외해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사당사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고지하지 않았을 때 어떤 법적 효과가 있는지 명문화 할 필요가 있다"며 "조사과정상 위법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문답절차 등을 녹화 또는 녹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적법절차 관점에서 봤을 때 변호사 조력이 모든 조사 영역에 보장돼야 한다”며 “행정조사법상 전문가 조력은 적법절차가 준수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행정조사 주체를 통제하는 과정을 마무리한 후 적정 조사 결과를 찾을 수 있도록 전문가가 관여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사조정에서 주장한 내용은 민사소송에서 원용하지 못하도록 하듯이 행정조사 결과를 범죄수사에 전용하는 부분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호인 조력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그 결과를 전용하고자 할 때 다시 한 번 당사자 동의를 구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기 변호사가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행정조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김영기 변호사가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행정조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토론에서도 행정조사에서의 사법적 통제 강화 방안에 적극 동의했다.

김영기(사시 40회)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세무당국, 금융당국, 공정거래위원회나 선거관리위원회 등은 행정조사 결과가 형사 고발이나 수사 의뢰로 이어지기 굉장히 쉽고 또 그럴 가능성도 높다"며 "특히 이러한 영역에서는 과징금, 과태료, 이행강제금, 때로는 형사처벌까지 형식을 불문하고 사실상 행정조사를 강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강제방안은) 법률에 명시된 부분이기 때문에 입법적인 틀 안에서 개선을 논의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사실상 간접적인 강제수단을 동원하는 행정조사는 범죄수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절차 보장을 위한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조사에서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나 당사자의 이의신청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법률로 도입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며 “법률 개정 전까지는 당사자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실무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대웅 대검찰청 형사정책담당실 검찰연구관은 “행정조사에서의 하자가 위법수집증거로 검사에게 불이익하게 돌아오는 건 저희로서도 반갑지 않은 부분”이라며 “법률상 근거 없이 행정청에 수사기관에 준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권력적 행정조사에 대해서는 헌법상 원칙, 행정법상 일반원칙에 따라서 적법절차 원칙이 보장돼야 한다”며 “행정조사에서도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고 사법적 통제가 강화되는 방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조사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되면 향후 수사절차로 이행 시 적법절차 보장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형사절차로의 이행 가능성이 희박한 행정조사까지 통제를 강화하는 건 행정조사를 위축시키거나 행정목표 실현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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