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용 대한변협 등록 환경 전문 변호사
진재용 대한변협 등록 환경 전문 변호사

사람은 생활환경을 통하여 여러 가지 경로로 방사선에 노출되게 되는데,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이하 ‘생활방사선법’)에서 그에 대한 안전관리에 필요한 계획 수립, 안전기준 마련, 각종 조사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가 규정되어 있다.

생활방사선법상 ‘원료물질’은 우라늄 235등 천연방사성핵종이 포함된 물질로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고시한 방사능 농도와 수량을 초과하는 물질로 정의된다. 이러한 ‘원료물질’을 가공하여 제조한 ‘가공제품’이 생활방사선법상의 안전기준(제15조)에 충족되지 않을 경우, 원안위는 해당 가공제품에 대하여 보완·수거 및 폐기 등의 조치를 하도록 처리 명령을 할 수 있다(제17조). 과거 이른바 ‘라돈 침대’에 대한 수거 명령 역시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조치였다.

그러나 어떤 대상에서 높은 수준의 방사선이 측정된다고 하여 원안위가 이를 모두 ‘원료물질’이나 ‘가공제품’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우 결국 법원을 통하여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춘천 지역의 일부 도로, 학교 등 건축물 실내외에서 국제방사선 방호위원회의 권고 기준보다 높은 방사선이 측정된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주민들은 춘천 지역에 골재를 공급하는 사업장에서 생산되는 골재의 방사능이 높은 것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여, 원안위에게 해당 골재가 생활방사선법상의 ‘원료물질’인지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신청하였다. 그러나 원안위는 골재는 생활방사선법상의 ‘원료물질’로 해석할 수 없고, 규제가 곤란하다는 취지로 조사를 거부하였다. 이에 대하여 주민들은 원안위의 조사 거부처분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59147).

해당 소송에서 주민들에게 골재가 ‘원료물질’인지 여부를 조사할 것을 원안위에게 신청할 수 있는 신청권이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법원은 주민들이 원안위에게 발동을 구하는 공권력의 행사의 대상과 내용이 충분히 구체적이고, 생활방사선법의 목적을 고려할 때 생활주변방사선으로 인하여 자신의 건강과 환경이 위협받거나 삶의 질이 저하된다고 주장하는 국민으로서는 원안위에 대하여 그 행정조사 권한을 발동하여 줄 것을 신청할 조리상의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생활방사선법상 규정된 방사능 농도와 연간 취급량에 대한 요건에 해당하면 ‘원료물질’이 되는 것이 명백하므로 골재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도 하였다. 나아가 골재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세우는 것 또한 원안위에게 맡겨진 것이므로 골재에 대하여 규제가 곤란하고 실태조사조차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원안위의 거부처분 사유는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생활방사선법상의 ‘원료물질’이나 ‘가공제품’은 방사능 농도나 수량에 따른 기준에 의하여 정의되고 있을 뿐, 별도로 그 형태나 용도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원료물질’에 대한 법원의 판단 역시 동일하였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생활방사선법상의 적용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재용 대한변협 등록 환경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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