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평균 1인당 13.15건 수임… 2014년 월 1건대 수임 돌입 이후 꾸준한 하락세

"공익성보다 사업성 치중"… 수임후 '나몰라라' 회피하는 '불량 변호사'도 등장

문닫는 청년변호사 속출… "로스쿨서 법무사 등 법조유사직역 양성방안 모색"

서울 지역 변호사의 연 평균 사건 수임 수가 2013년 24.5건에서 2021년 13.1건으로 10년 새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기준으로는 매달 1건을 간신히 넘는 수치다. 10년간 변호사 수는 2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전체 사건 규모는 거의 변화가 없어 1인당 사건 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에 따르면, 2021년 변호사의 연 평균 본안사건 경유 건수는 13.15건, 월 평균 경유 건수는 1.1건으로 조사됐다. 이 중 소송가액 10억 원 이상 고액사건은 월 평균 0.01건에 불과했으며, 3000만 원 이하 소액사건은 0.16건, 일반 사건은 0.93건이다.

사건 수는 조금씩 줄어드는 반면, 변호사 수는 급증하면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에 접수된 본안 사건 수는 2013년 160만 5623건에서 2014년 165만 7385건, 2015년 152만 5846건, 2016년 152만 3108건, 2017년 155만 5602건, 2018년 146만 2714건, 2019년 1461만 1440건, 2020년 144만 8551건, 2021년 129만 7441건이다.

반면 올 4월 기준, 변협에 등록된 전국 변호사 회원 수는 3만 3318명이다(휴업회원 포함). 전국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서울변회의 소속 변호사 수는 2013년 1만 408명에서 2021년 1만 9618명으로 약 88%(9210명)이 증가했다.

결국 변호사 1인당 월 평균 사건 수임 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회원 1인당 월 평균 사건 수는 2013년 2.05건, 2014년 1.97건, 2015년 1.99건, 2016년 1.8건, 2017년 1.58건, 2018년 1.59건, 2019년 1.49건, 2020년 1.2건, 2021년 1.1건이다. 월 평균 1건대 수임이 8년 이상 이어진 가운데, 이같은 추세라면 지난해와 올해는 '월 1건' 기준마저 무너졌을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평균값에는 다른 함정이 있다. 월 '평균' 사건 수가 1.1건이라고 해서 모든 변호사가 1건 이상을 매월 수임하는 것은 아니다. 고액 사건의 경우 대부분 대형로펌에서 가져가고, 소규모 로펌이나 개인사무소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임료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수익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는 청년변호사는 상황이 훨씬 열악하다. 빚을 내어 사무실을 운영하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사무실 문을 닫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서초동의 한 청년변호사는 "1명이 한 달에 수임하는 사건 수가 줄어든 것에 더해 수임단가까지 높지 않은 경우가 많아 예전과는 차이가 많다"며 "1990년대 중반에만 해도 사무장이 1억 원을 넘게 벌고, 변호사는 그 이상을 벌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전설같은 이야기"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최근 변시 합격자 발표를 보고 후배들을 축하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친구들은 어떻게 생계를 꾸리고, 나는 어떻게 되려나’하는 상념이 들었다"고 말했다.

개업한지 반년도 채 안 돼 사무실을 폐업했다는 한 청년변호사는 "직원 없이 혼자서 사무실을 꾸려서 운영했는데 사건이 한 달에 1건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아예 새로운 사건이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어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사무실을 접고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변호사 생활을 10년 정도 한 분도 사건 수임이 현저히 줄어들어 법원 쪽으로 눈을 돌렸다고 했다"며 "특히 부양가족이 생기면 고정지출이 커지므로 안정적인 수입에 대한 바람이 커져 사내변호사를 하면서 부수입을 창출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는 변호사가 늘었다”고 언급했다.

법조인력 수급실패로 법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사건 수임에만 급급해 실제 사건에는 불성실하게 임하는 '불량 변호사'들도 늘었다. 저가로라도 사건을 수임해야 '살아남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법률서비스는 소비자가 그 품질을 판단하기 어렵고, 서비스를 반복해서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도 이슈화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중견변호사는 “과거에는 ‘변호사의 과도한 영리 추구는 지양하고 공익활동에 종사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현재는 수임불황으로 인한 생계 문제로 인해 변호사 일을 사업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진 것같다"며 "기본적인 생계도 보장되지 않는 지경이라 점점 변호사들이 일에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수임에 시간을 들이는 쪽으로 가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 업무는)법리를 제대로 이해한 후 그 내용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되도록 해야 하는 일"이라며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수임과 일에서 균형을 갖추기가 쉽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김민규(변호사시험 3회) 변협 사업이사는 "우후죽순 등장한 플랫폼 등에서 '수임료 10만 원' 과 같은 허위·과장광고가 많아지면서 정상적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고차를 저렴한 가격에 판다고 해서 막상 가보면 그 차가 없는 것처럼 변호사업계도 일단 수임을 하기 위한 '낚시성 매물'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궁극적으로 유사직역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무사, 노무사, 행정사 등 다양한 법조 인접 직역을 변호사로 일원화하여 직역 갈등을 줄이고, 법률전문가 공급을 합리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기원(변시 5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당시 예정된 로스쿨 정원은, 법조유사직역의 통폐합 및 행정고시 폐지에 따른 변호사 특채의 확대 등을 예상하여 다소 많은 인원을 책정한 것"이라며 "이후 유사직역 규모와 권한은 오히려 늘었고 변호사 과잉배출은 법률서비스의 품질을 오히려 저하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전공분야의 의사를 통합교육하는 의대, 다양한 병과의 장교를 통합교육하는 사관학교 등의 예를 참조해 유사직역 통폐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변호사와 업무 성격이 가장 근접한 법무사, 행정사 등의 유사법조직역을 로스쿨을 통해 양성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합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사법조직역의 기득권은 존중하되, 유사법조직역 양성 인원수를 다소 감축해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교육기관을 통합해 변호사들의 유사법조직역 분야 진출을 시작으로 (유사직역의) 점진적 통합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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