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등, 공익소송 지원… 서울가정법원, 원고승소판결

무국적 체류부터 '걸림돌'… "관련 선례 없어 어려움 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북한이탈주민의 자녀가 북한에 있는 어머니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소송에서 승소해 대한민국 국적을 되찾게 됐다.

이 소송을 지원한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출산한 자녀가 한국에 살면서 북한에 있는 어머니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하고 승소한 첫 판결"이라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인권사각지대에 있는 북한이탈주민과 그 자녀들이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 법률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재판장 조영호)는 20일 북한이탈주민의 자녀 A씨에 대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1998년 탈북한 A씨 어머니는 중국동포와 혼인해 A씨를 낳고 살다가, 몇 년 뒤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송됐다. A씨의 아버지는 다른 탈북여성과 재혼해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고, A씨를 친자녀로 신고했다. 

계모는 A씨를 학창시절 내내 학대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계모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 승소했다.

그런데 이 소송 때문에 A씨는 대한민국 국적을 잃고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외국인 혹은 무국적자로서 대한민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A씨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재단법인 동천, 사단법인 통일법정책연구회, 사단법인 정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와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관계자의 증언 외에 피고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사실상 인적사항을 특정하는 것은 현재로서 불가능해보인다"며 소각하 판결을 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A씨 어머니의 생년월일이나 거주 지역 등 관계자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한 모순 없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국가정보원 사실조회 회신 결과 등에 비추어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A씨와 A씨 어머니의 친생자관계를 확인했다.

새로운 유전자 검사 방법도 도움이 됐다. 북한에 있는 어머니의 고종사촌과 친족관계를 확인해서 이를 A씨와 A씨 어머니의 친생자관계의 증거로 활용했다.

이희숙 변호사
이희숙 변호사

사건을 대리한 이희숙(사법시험 46회) 변협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 위원은 "무국적 상태의 A씨가 불법 체류 기간 동안 그에 대한 범칙금을 받게 되고, 강제추방될 위험에도 처할 수 있어서 무국적 상태로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먼저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1심에서는 오촌 관계의 고종 사촌과 A씨의 유전자 검사 입증에 집중했으나 '피고가 특정되지 않는다'며 각하 판결이 나왔다"며 "어머니가 북한에서 살고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친생자관계를 인정한 선례가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피고가 한국에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는 소송이다보니 재판부에서 더욱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엄격하게 심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친모와)교류를 하지 못하고 관련 공문서가 없더라도 주변의 믿을 수 있는 증언이나 유전자검사 등 증거 등을 통해서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생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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