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사건 피해자지원 긴급 대책 TF회의'에서 김관기 TF 위원장이 말하고 있다
△ 21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사건 피해자지원 긴급 대책 TF회의'에서 김관기 TF 위원장이 말하고 있다

벌써 세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2023년 봄 온 나라를 뒤덮는 뉴스는 서민과 청년들의 비극적 죽음과 관련된 것들이다. 학업을 위해, 취업을 위해 또는 결혼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장소로 마련한 전셋집이 청년들과 서민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전세사기라 통칭되어 불려지는 최근의 사태는 크게 갭투자형과 기획사기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갭투자형은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기 전세가를 매매가의 일부로 활용하는 소위 갭투자를 한 집주인들이 주택가격 하락기 주택 매매가가 기존 전세가를 하회하면서 전세금을 반환해주지 못하는 유형이고, 기획사기형은 전세계약 시점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건축주 또는 소유주와 공인중개사, 넓게는 감정평가사까지 공모한 형태이다. 전자의 경우 갭투자자인 임대인에게 사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후자의 경우에는 명백한 사기 범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태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기획사기형 전세사기는 크게 세가지 방법이 동원되는데 먼저 건축주가 부동산 신탁회사에 빌라 건물의 소유권을 신탁하는 것을 기화로 세입자에게 깨끗한 등기부를 보여주고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은행으로부터 건축자금을 대출받아 세입자의 임차보증금보다 선순위의 근저당 등기를 경료하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신탁회사에 소유권이 신탁된 기간 동안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데 세입자의 법학 지식이 얕음을 이용하여 건축주와 공인중개사가 공모해 세입자를 기망한다. 결국 세입자는 추후 경매가 진행될 경우 선순위 근저당 등기권자보다 밀려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없게 된다. 

두 번째는 이러한 전세매물의 경우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공인중개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공인중개사가 보증금을 지급하겠다는 채무이행각서를 쓰는 방법이 활용된다. 이미 기획사기단의 공모자인 공인중개사는 당연히 변제의사가 없기에 추후 경매가 진행될 경우 이러한 채무이행각서는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이들 기획사기단과 공모한 감정평가사가 객관적 가치가 불분명한 빌라나 나홀로 아파트의 가치를 과도하게 감평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세자금대출이 시행되면서 매매가 이상의 전세가를 세입자가 부담토록 하는 방법이 활용된다.

상기 세가지 방법이 동원된 기획 사기 전세계약은 매우 이례적인 형태라 세입자에게 전문적 법률 지식이 있다면 당연히 체결하지 않았을 형태의 계약이다. 그러나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행위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있은 후 부동산 중개는 공인중개사가 독점하는 영역이 되었고, 세입자들이 전세계약에 대해 별도의 법률자문을 받지 않는 풍조이다보니, 금번처럼 공인중개사들이 적극적으로 기망행위에 가담할 경우 법률 비전문가인 청년 및 서민 등 세입자들은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고 기획 전세사기의 수렁에 빠지게 될 수 밖에 없다.

기획 전세사기의 경우 대부분 채무초과 상황이므로 사후적으로 이를 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음도 문제이다. 사기범죄자들의 사기행위에 대한 배상을 국가가 무한정으로 부담하기도 어렵다. 오직 예방만이 답인데 공인중개사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겨왔다. 미국의 경우 주택 매매와 임대차 거래시 변호사가 공인중개사와 함께 반드시 계약서 내용 등을 검토하고 날인하는 제도가 완비되어 있다. 호주 등 여타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운용중이다.

청년과 서민들의 유일한 자산이다시피한 전세보증금에 대한 법적 보호를 이토록 방치한 것은 전적으로 국가가 잘못한 일이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이라도 미국, 호주 등 선진국들과 같이 부동산 거래시 변호사의 법률 자문과 날인이 필요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인회계사의 기업에 대한 지정감사제처럼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이 각 부동산 계약을 자문하고 날인할 변호사를 지정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더욱 투명하고 확실한 부동산 거래 문화를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금번 기회에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의 구조적 취약점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금번과 같은 전세 사기사태는 부동산 하락기마다 반복하여 발생하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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