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철 변호사
한동철 변호사

서울에서 변호사생활을 하다가 1년 전부터 전남 순천에서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서울과 순천은 기온차가 많이 나는데 봄이 되면 꽃이 ‘일찍’ ‘많이’ 핀다.

서울에서는 봄에 꽃구경이라고 해야 4월경 벚꽃 구경이 전부였고, 사무실이 있던 마포에서 근처 여의도까지 마포대교를 건너가 벚꽃을 구경했다.

그런데, 순천에서는 인근 구례, 하동, 곡성, 광양에 모두 꽃 축제가 있을 정도로 시기별로 꽃이 다양하게 많이 핀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축제들도 열리지 않았고, 늦봄에 선암사에서 겹벚꽃 구경을 한 것이 전부였지만, 이번 봄에는 주말마다 꽃 구경을 하리라 다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드디어 3월초에 찬 바람을 맞으며 광양매화마을에 매화 구경을 갔는데, 청매화, 홍매화, 적매화, 흑매화까지 눈 호강을 제대로 했다. 

그래서 4월에는 남도에서 제대로 벚꽃 구경을 하리라 생각하고 주말마다 주변에 핀 꽃들을 보며 저건 매화일까 벚꽃일까 궁리하는 것이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도 아내와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며 양쪽 길가에 피어 있는 하얀 꽃이 매화인지 벚꽃인지 가벼운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줄기에 꽃이 피었으니 매화야. 조금 늦게 핀 거야.” “아니지, 가지에 여러 송이가 핀 것이 일찍 핀 벚꽃 같아.”

그때였다. 이런 우리가 답답했던지 지나가던 아저씨가 갑자기 말을 건넸다.

“지금 매화는 다 떨어지고, 오른쪽에 있는 것은 자두꽃, 왼쪽에 있는 것은 살구꽃이요.”

오호라! 봄에 피는 흰 꽃은 매화와 벚꽃이 전부인 줄 알았던 우리 부부에게 자두꽃과 살구꽃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그 즉시 검색을 좀 해보니 매화가 지기 시작하면 살구꽃과 자두꽃이 피는데, 살구꽃은 꽃받침이 뒤집어진 왕관모양이고, 자두꽃은 세송이씩 가지에 달리고 꽃받침이 붉은 것으로 구별한단다.

아! 매화와 벚꽃도 구별이 어려운데, 살구꽃과 자두꽃까지는 꽃무식쟁이인 우리 부부에겐 무리다. 더 이상의 꽃트레스(꽃 구별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구별은 포기했다.

매화면 어떻고, 살구, 자두면 어떠하랴! 하나 같이 빼어나고 눈이 시원해지는 꽃들이 아름다움을 다투고 있다. 날씨가 따듯하여 매화, 살구꽃, 자두꽃뿐만 아니라, 개나리, 산수유, 목련, 수선화도 가득한 봄이다. 이번 주말에도 봄이라는 계절만이 줄 수 있는 이 아름다운 다툼을 즐겨보고자 한다.

/한동철 변호사
국선전담변호사(전남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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