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검찰·경찰 등 '특별수사본부' 설치 예고

국회서도 관련 법안 발의로 입법 해결 모색

"마약범죄 척결에 검·경이 따로 있을 수 없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한 여중생이 호기심에 마약 투약 후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텔레그램을 통해 4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지불하고 마약상으로부터 필로폰 0.05g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테러'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마약판매 일당이 학생들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음료'를 무차별 배포하는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청소년 대상 마약 범죄는 날로 심각해지는 추세다. 대검찰청이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율은 34.2%로, 2017년 이후 2.4배 증가했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작년 481명으로 지난 5년 새 무려 4배나 급증했다. 

정부와 법무부(장관 한동훈)는 마약범죄 수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마약이 미래세대인 청소년에게 널리 유포돼 있어 충격"이라며 "수사 사법당국과 정부의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마약류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열고 "검찰, 경찰, 관세청 등 마약수사 전담 인력 840명으로 이루어진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역량을 모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검찰청 내 마약·조직범죄부(가칭)를 조속히 설치해 검찰의 마약수사 기능을 복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내달까지 '청소년 마약관련 범죄첩보 집중 수집기간'을 운영하고, 가치 있는 제보 입수 시 수사로 이어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강원·경기북부·울산·충남경찰청 등 지방경찰청에서도 마약 전담팀을 별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 신병재 변호사
△ 신병재 변호사

대검찰청 인증 식품의약품(부정의약품) 분야 공인전문검사 출신인 신병재(사법시험 44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최근 휴대전화 상용화 및 SNS 발달로 청소년들도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약에 대한 경계심도 적어진 것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논의되는 해결방안들은 대부분 전에도 언급됐던 내용이라, 제조 및 판매책 등 마약 관련 범죄에 좀 더 엄중한 형의 선고를 내리는 등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예방 및 재활, 외국과의 다양한 연계 필요성 등을 고려해 미국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와 같은 단일 행정기구를 설치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도 입법적 해결을 위한 대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구병)은 미성년자의 의사에 반해 △마약을 투약한 경우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대마를 섭취하게 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마약류관리법 일부개정안을 7일 대표발의했다.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해 △헤로인, 의료용이 아닌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투약하게 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마약, 의료용이 아닌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투약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1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유경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마약류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내용 중 일부 발췌
유경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마약류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내용 중 일부 발췌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시가평군)도 18일 마약범을 엄중 처벌하는 취지를 담은 특정범죄가중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불법으로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 마약류를 사용한 자가 △살인 △강도 △강간 △상해 △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정해진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2배까지 가중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의원은 "마약범이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때 예외 없이 엄중하게 가중처벌해 마약 사용 및 이에 따른 범죄 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다만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줄어든 상황이어서 수사 주체를 둘러싼 잡음과 설왕설래도 끊이지 않는다.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은 4일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령에 의한 검찰의 직접 수사, 그러한 현상이 있다면 민주당에 신고해 달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그럼 검찰이 마약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반론이 제기되자, 박 의원은 "마약범죄를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라며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검찰청법 합헌 결정 취지에 따라 축소된 검사 수사권을 시행령으로 확대하면 안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서 강사빈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18일 논평을 내고 "'검수완박법'은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검찰의 마약수사를 막는 악법"이라며 "'검수원복'으로 수사기관이 마약수사를 원활히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초동의 한 중진 변호사는 "청소년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는 마약범죄는 장차 나라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수사권 논란으로 쟁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검경이 힘을 모아 마약범죄를 완전 척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인영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