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간 담합 후 프리랜서 전멸… "매출액 20% 이내로 과징금 부과 가능"

능력보다 낮은 평가로 '생계 급급'… "부당인사 입증해 체불임금 받아야"

"우리 직원에 해 끼치면 고연봉"… "사용자·외부직원 모두 손해배상책임"

△ 사진: 넷플릭스 제공
△ 사진: 넷플릭스 제공

엄마이자 '킬러'인 길복순(전도연 분)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이 인기다. 지난달 31일 공개 후 전 세계에서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로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에서는 전체 넷플릭스 영화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 '길복순'은 평범한 이벤트 회사를 가장한 살인청부회사 ‘MK엔터테인먼트(이하 'MK엔터')’가 주축이 되는 내용인 만큼 살인과 폭행 등 다양한 범죄가 등장한다. 본 기사에서는 MK엔터를 일반 회사로, 관련 업무나 규칙 등이 ‘합법’이라고 가정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한번 짚어봤다.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프리랜서 진입 막는 ‘살인자들의 규칙’… "실제 '담합'은 적발 어려워"

# "첫째, 미성년자는 죽이지 않을 것 △둘째, 회사가 허가한 작품만 할 것 △셋째, 회사에서 허가한 작품은 반드시 트라이(시도)할 것. 이 세 가지 규칙에 동의해주신다면 다시는 무직자나 아마추어들이 이 바닥에서 일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MK엔터 차민규 대표(설경구 분)는 살인청부회사 대표들을 모은 자리에서 세 가지 규칙을 마련한다. 규칙을 어길 때마다 그 회사 소속 직원들을 없앴다.

차 대표가 규칙을 만든 건 '무직자들(프리랜서)을 청소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다. 회사 소속이 아닌 사람들은 절대 지킬 수 없는 규칙. 다른 회사들은 이 규칙에 동의했고, 결국 회사 소속이 아닌 사람들은 일을 맡지 못하게 됐다.

7년 만에 차 대표가 원했던 대로 무직자나 아마추어들이 이 바닥에서 일하는 일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비싼 일감은 MK엔터에 몰렸고, MK엔터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사건의 파이가 줄어든 만큼 힘들어한다. 규칙을 지키다가 망해서 퇴직금도 못 받는 사람도 있고, 복순이 한 작품 1건이 본인이 한 7건보다 많다고 말하는 다른 회사 직원도 있다. "MK엔터의 독과점을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하지만 아무도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당연히 프리랜서는 사라졌다.

△ 신 상사(김성오 분)가 규칙을 어긴 것으로 의심되는 차 대표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사진: 넷플릭스 제공)
△ 신 상사(김성오 분)가 규칙을 어긴 것으로 의심되는 차 대표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사진: 넷플릭스 제공)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 제40조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부당한 공동행위란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이나, 그 대금 또는 대가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 △상품 또는 용역의 생산·거래 시에 그 상품 또는 용역의 종류·규격을 제한하는 행위 등을 사업자들이 합의하는 것을 뜻한다.

부당한 공동행위가 밝혀지면 공정위는 해당 사업자에게 매출액의 2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매출액이 없으면 40억 이내로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담합'을 적발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인 백광현(사법시험 46회)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미성년자 사건을 맡지 못하게 하는 등 일부 합의 내용은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 또는 사업 내용을 방해, 제한함으로써 킬러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로 공정거래법 제45조에서 금지하는 담합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경우 공정위로부터 다시는 이러한 합의를 해서는 안된다는 시정명령과 함께 합의기간 동안 발생한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부과받거나 형사고발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담합이 굉장히 은밀하게 이뤄지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진신고를 하지 않는 한 담합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담합을 밝히기 위해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담합을 자백한 기업에 과징금 전액과 절반을 각 감면해주는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 leniency)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멀티플렉스 3사가 일정 간격을 두고 영화관람료를 올리는 등 외관상 담합이 의심된 사건에서도 증거가 없어서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됐다"며 "실제 담합 여부를 떠나 기업들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출중한 실력에도 '미운털'… "부당인사 입증 위해 동료진술 등 확보해야"

# "실력은 있는데 못 크는 사람. 이유가 뭘까? 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윗분들한테 미운털이 박혔나? 그래, 미운털. 그런데 본인은 왜 그런지도 모르는 사람. 불쌍하기는."

한희성(구교환 분)은 능력은 A급이지만 여전히 C급에 머문다. 차민희(이솜 분) MK엔터 대표이사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그의 실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찍혀있는' 상황에서 그가 맡을 수 있는 일은 C급 업무밖에 없다.

아픈 아버지를 부양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A급 길복순은 뉴스에 나올 만한 큰 사건을 맡는 반면, 한희성은 소소한 잡일 수준의 일만 맡는다. 당연히 보수도 미미하다.

△ MK엔터 C급 직원 한희성의 모습(사진: 넷플릭스 제공)
△ MK엔터 C급 직원 한희성의 모습(사진: 넷플릭스 제공)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사용자(기업)에 있다. 인사를 할 때 근로자가 일부 불이익을 받더라도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라면 그 권한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2007두20157).

하지만 인사고과가 근로자의 급여, 승진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만큼, 공정하지 않게 인사고과가 이뤄졌을 때는 법원이 그 결과에 대한 적법성을 심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사용자의 인사고과가 헌법,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때에는 인사고과의 평가 결과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어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3다22195).

노동법 전문 최준현(변호사시험 4회) 법무법인 라움 변호사는 "인사고과는 상대적인 것이라 사용자의 재량을 많이 인정해 주는 부분"이라면서도 "부당한 인사고과로 인해 임금 등의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사용자를 상대로 임금 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당인사고과를 입증하기 위해 평가 절차에 관한 규정, 평가자, 평가 이유, 평가 점수, 다른 사람과의 평가 방식 차이 등을 확보해야 한다"며 "주변 동료의 진술도 중요하고 재판을 통해 회사 관련 자료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신청 등을 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증거 등이 뒷받침 되면)최근 대법원 판결(2013다22195)과 같이 법원에서 임금 체불의 전제가 되는 인사고과가 정당한지 판단하고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올 수 있다"며 "만약 재판을 통해 체불 임금을 돌려받더라도 임금의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3년치에 해당하는 체불 임금까지만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우리 회사 직원 해고 도우면 이직시켜줄게… "위자료도 받을 수 있어"

# "이번에 제가 기회를 좀 드리고 싶어요. 우리 MK에 B급 이상 대우로 들어올 수 있는. 영지 너는 바로 데뷔고. 대신 희성 씨랑 팀으로 작품 하나만 해주세요. 우리 회사에 불미스럽게도 규칙을 어긴 직원이 하나 있어요. MK대표이사 자격으로 허가합니다. 그 직원 하나를 처...(리하세요)"

차민희 이사는 길복순과 술자리를 함께 하고 있던 다른 회사 직원들에게 길복순을 없애면 MK엔터에서 B급 이상의 대우를 받는 직원으로 받아준다고 약속한다. 돈 버는 사람은 벌게 되는 빈익빈 부익부 상황에 지쳐있던 다른 회사 직원들은 그 얘기를 듣고 길복순을 공격한다.

일반 회사라고 가정하면, 다른 회사 직원에게 본인 회사 소속 직원에게 해를 입히거나 해고시키는 데 도움을 주면 상당히 좋은 처우로 스카우트 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이 영화에서 MK엔터는 "엠케이에서 부르면 안 올거야?"라는 질문에 누구도 "안 간다"고 대답할 수 없을 정도의 '글로벌 기업'이다.

△ 차민희 대표이사가 지시한대로 한희성(오른쪽)이 길복순(왼쪽)과 싸우고 있다(사진: 넷플릭스 제공)
△ 차민희 대표이사가 지시한대로 한희성(오른쪽)이 길복순(왼쪽)과 싸우고 있다(사진: 넷플릭스 제공)

사용자에게는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가 있다. 만약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해서 근로자가 손해를 입으면 이를 배상할 책임도 있다. 

대법원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는 보호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2018다270876).

송도인(변시 3회) 법무법인 이안 변호사는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가 있는 사용자가 외부 직원과 결탁 또는 합세해 근로자에게 해를 강하면 이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해를 가하는 행동이 형사상 범죄행위라면 그에 따른 처벌도 응당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법행위를 직접 한 외부직원도 면책의 여지가 없다"며 "직원에게 해를 입히는 조건으로 한 스카우트 계약 자체가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해행위가 발생하기 전이어도 관련 계약만으로도 이미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해를 입거나 해고 등 손해가 발생하면 사용자와 외부 직원에게 공동으로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특히 해고가 됐다면 부당해고 또는 무효인 해고에 해당하므로 해고기간 중 임금을 청구해서 지급받거나 복직 등을 할 수 있다"며 "이와 더불어 (사용자가)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근로자는) 위자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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