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5일 'ESG시대의 주주 관여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특강 개최

박유경 APG 이사 강연... "주주가 자유로이 권고적 조언할 수 있어야"

"ESG 없이는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시대, 주주들 목소리 경청해야"

△ 5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ESG 특강'에서 박유경 APG 이사가 강연하고 있다
△ 5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ESG 특강'에서 박유경 APG 이사가 강연하고 있다

기업의 ESG 경영체계 확립을 위해 주주들이 더 적극적으로 관여(Engagement)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은 5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박유경 APG자산운용 이사 초청 'ESG시대의 주주 관여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특강을 열었다. 이번 특강에는 200여 명의 변호사가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베어링증권, 샐러먼스미스바니증권 등에서 10년 이상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박 이사는 현재 세계 3대 연기금 운용회사 중 하나인 네덜란드 연기금의 'APG' 아시아 책임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또 국내 기업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거나 투자처 주주총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ESG투자 및 주주관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박 이사는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이 '책임투자'에 해당한다"며 "책임투자는 △담배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등의 '투자 배제(Exclusion)' △배제 후 남은 기업에 ESG 통합 투자하는 '투자 강조(Inclusion and ESG Integration)' △기후 변화 대응(Climate Change) △SDI(Sustainable development investment) △주주 관여(Engagement) △협력(Collaboration) 및 기준 설정(Standard setting)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개발에 투자한다는 의미를 가진 'SDI'의 대표적 사례로는 재생에너지·바이오 산업 투자 등이 있다. 장애인을 필수로 고용하는 기업이나 빈곤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SDI에 해당한다. APG는 2025년까지 전체 자산 규모의 20%를 SDI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 이사는 책임투자의 또 다른 구성요소인 '주주 관여'에 대해 "우리나라는 주주가 제안할 수 있는 범위가 많이 제한돼 있다"며 "ESG 관련 논의는 권고적인 경우가 많아, 기업 측에서는 이를 주주총회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ESG 관련 제안을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가 자유로이 권고적 제안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방법으로는 정관 변경이나 법 개정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강연 참석자 중 추후 사외이사 자리에 앉게 되는 분이 많을 것"이라며 "사외이사가 되면 주주들의 목소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법적인 틀을 넘어 생각해달라"고 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현안과 관련하여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중소기업에는 주주 관여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박 이사는 "대기업도 아직 ESG 경영이 미진한 부분이 많아, 중견·중소기업은 거부감이 더 심할 수 밖에 없다"며 "우선 대기업을 바꾸지 않으면 그보다 작은 규모의 사업체들을 바꾸기엔 쉽지 않다고 보고,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APG 정도의 규모라면 투자처를 통하지 않고 단독으로 ESG 활동을 펼칠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주주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회사에선 주주의 니즈(needs)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의 의사를 활발히 표출할 필요성이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은 배당금 등에 관심이 많을테니 ESG 중 투자자 이익 보호를 대표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외국에는 매우 다양한 주주 활동이 있고, 심지어는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주주 관여는 이제 시작인 수준이라, 기업과 주주 간 원활한 소통으로 기업이 건강하게 발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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