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부서 '동일 필체' 위조 의심… 해당 변호사 "서명 사실 없다"

"변호사 대상 테러행위"… 변협 "형사고발 될 수 있다" 고지결정

유사사례 제보 요청도… "변협 외 단체 징계정보 게재는 부적절"

△ 출처 : 게티 이미지뱅크 
△ 출처 : 게티 이미지뱅크 

최근 변호사 서명을 위조해 특정 변호사에 대한 징계정보 열람을 시도하다 들통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변호사에 원한을 품은 사람이나 흥신소 직원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서명을 위조당한 변호사는 즉각 수사기관에 신청인을 고발 조치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5일 전국 회원과 각 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징계정보 열람 신청 시 위조문서 제출 사례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문제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민감한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8일 A씨는 "(변호사 선임에 앞서) 담당 변호사의 윤리의식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변협 홈페이지(koreanbar.or.kr)를 통해 변호사징계정보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변호사 선임 의사 확인서(상단 이미지)'에 기재된 신청인의 서명과 정보공개에 동의했다는 변호사 서명의 필체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의심스럽게 여긴 담당 부서 직원이 해당 변호사에게 별도로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자 변호사로부터 "위와 같은 확인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변협은 즉시 A씨의 열람 신청을 반려하면서 "변호사 징계내역 열람 신청 시 첨부 서류인 '변호사 선임 의사 확인서'를 위조할 경우 형사고발 조치될 수 있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A씨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위조사실을 발견해 낸 윤리팀 직원은 "변호사 선임 의사 확인서에 변호사 도장은 없고 글씨체와 서명은 비슷해서 의심을 하게 됐다"며 "징계정보는 민감한 내용인 만큼 항상 사실관계 확인 등을 꼼꼼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명을 위조당한 피해 변호사는 "변협 윤리팀 직원이 확인 전화를 해주어서 징계정보 열람을 위임한 사실이 없으니 열람을 못하도록 해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이 사실을 확인한 즉시 형사고소를 했으며 현재 조사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개인신상에 관한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면 변호사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며 "변협 자체에서도 고발을 진행해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변호사 서명을 위조한 '변호사 선임 의사 확인서'. 숫자 8의 경우 우상단으로 삐침이 동일하게 나오는 등 신청인의 필체와 신청 동의 변호사의 필체가 완전히 일치한다. 
△ 변호사 서명을 위조한 '변호사 선임 의사 확인서'. 숫자 8의 경우 우상단으로 삐침이 동일하게 나오는 등 신청인의 필체와 신청 동의 변호사의 필체가 완전히 일치한다. 

변협은 앞으로 유사 사태 발생을 막기 위해 "문서 위조 시 형사고발 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기로 했다. 또 수임료 반환 등을 목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허위의 사실관계를 토대로 진정·청원을 제기하거나 허위의 증거 등을 첨부하며 진정, 청원을 제기할 경우 무고죄로 형사고발 조치될 수 있다"는 내용도 고지할 예정이다.

김의택(사법시험 50회)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변호사는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 등에 해당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변호사 징계정보 공개는 변호사법에 근거한 ‘공무’로 볼 수 있으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볼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징계정보 열람등사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를 악용한 사람이라면 흥신소나 브로커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우(변호사시험 3회) 대한변협 윤리이사는 "문서 위조, 허위 진정 등의 행위는 형사고발될 수 있다고 고지하고 관련 명문 규정 신설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회원의 권익을 침해하고 불필요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수임료 반환 목적의 부당진정과 허위진정 등 위중한 사안에 대해서는 변협이 직접 형사고발을 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변협 이외의 단체들이 변호사 징계정보 등을 따로 수집해 독단적으로 게재하는 행위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민한 정보인 만큼 변호사법 시행령에 따른 정보 공개로도 충분하다는 취지다.

김민호(변시 3회)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변호사 징계내역을 일부 단체가 임의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변협 외 단체가 변호사 징계정보를 제공하거나 공유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윤리이사도 "이미 변협이 변호사법에 따라 징계처분정보를 공지하고, 징계정보 열람·등사 신청에 따른 정보 공개를 하고 있다”며 “변협 외 단체가 법적 근거 없이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서 변호사의 내밀한 정보를 게재하는 건 여러 부작용도 우려되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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