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움' 요구하는 세상에 경종

김재련(사법시험 42회)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완벽한 피해자(천년의상상 刊·사진)’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20년간  주로 여성 인권 분야에서 활약해온 김 변호사가 맡았던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가해자의 의도나 상황을 우선 이해하려고 하고, 피해자에게는 피해 사실 증명만 강요하는 '가해자 중심주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책을 통해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과 법원에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등 편견에 갇히지 말라고 지적한다. 친아빠에게 성폭력을 당한 어린 학생을 조사하면서 "마라톤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대답을 재촉한 수사관,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에게 “증인은 여자이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남자친구도 사귀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을 건데, 아빠를 고소한 사실을 평생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본 판사 등 직접 겪은 일화들이 담겼다.

피해자들에게는 "당신은 다른 범죄 피해자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자책하거나 위축되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준다. 어렵게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고소한 후 자책하는 상황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김재련 변호사
김재련 변호사

김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을 대리하면서 피해자와의 관계가 늘 좋기만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그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의 존엄이 같은 방식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용기내신 분들이기 때문"이라며 "부족한 변호사지만 이 책은 그 분들을 위해 썼고, 그분들을 응원할 마음을 가지고 계신 여러분을 위해 썼다"고 밝혔다.

그는 2년 동안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개방형)으로 근무하면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정책 전반을 정비하는 데 참여했다. 또 20년 동안 무료법률구조 활동 600여 건을 포함해 1000건이 넘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 결혼이주여성, 아동학대 사건 변론을 맡아 왔다. 지난해  여성 인권 확대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우수 변호사상을 수상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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