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가결 및 선포행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등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 헌법재판소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가결 및 선포행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등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검찰 수사권의 단계적 축소 및 폐지 내용을 담은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검수완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둘러싸고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거대 양당과 지지층들이 서로 극명하게 대립하며 진영논리에 맞는 결정 내용만 취사 선택해 침소봉대(針小棒大)하거나, 재판관의 정치 성향까지 거론하며 힐난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대검찰청과 법무부 장관도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여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헌재는 지난 23일 법무부 장관 검사들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하고(2022헌라4), 입법 과정에서 이루어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가결 및 선포행위에 대해서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했다(2022헌라2).

특히 국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소수정당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이뤄진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 행위는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입법 자체를 무효로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보아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진행된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헌재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한 장관에 대한 탄핵이 추진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권한쟁의심판제도를 두고 있는 목적은 국가기관 상호 간, 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의 소재와 그 범위가 불분명하여 분쟁이 발생할 경우, 헌재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하여 행여라도 국민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된 사법 제도를 통하여 가부를 판단 받아 보겠다는 시도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만일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면 어떤 기관장도 해당 제도를 이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오히려 제도의 존립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나아가 확정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사회 공론장에서의 합리적 비평 대상이 된다. 결정의 타당성을 법리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지적하고 따져볼 필요가 있으며, 정치적 사항이 포함된 헌재 결정의 특수성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다종다양한 견해가 피력될 수 있다. 그러나 합리적 비판의 범위를 넘어 재판관 개인에 대하여 비난과 인신공격이 제기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부당한 압박으로 작용해 헌재의 결정 권한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이번 결정에서 헌재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의 입법 과정에서 절차상의 하자가 발생하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흠결의 정도가 입법 자체를 원천적으로 무효화 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재판관들의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단 한 명의 의견에 따라 주문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때, ‘절차적 정의’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헌재 결정에는 국회의 법률안 통과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두는 것이 적절한지, 사회적 합의의 경계에 관한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재판관 견해가 5대 4로 근소하게 나뉘었다는 사실은, 추후 동일유사한 사안에 대해 결정 내용이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헌재는 특성상 국민의 법의식을 견인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일반적인 국민 의식과 완전히 유리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준법의식이 한층 높아져, 일정 수준 이상의 절차적 하자만으로도 전체 내용을 몰각시켜야 한다는 정도에 이른다면 결정 내용 또한 달라지게 될 것이다.

세세한 측면에서는 헌재 결정에 대해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자행된 위법 행위를 통렬하게 지적하여 추후 제도 개선을 통해 보완해야 할 과제들도 남겨놓았다. 거대 양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이번 결정을 협치와 공동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쟁 소재로 활용하여 지지층 상호 간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부추기는 구태한 모습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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